제목 | 예수님 저희를 떠나 쉬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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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태범 | 작성일2002-03-04 | 조회수1,634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사순 제3주간 월요일 (2002-03-04) - 야곱의 우물에서 독서 : 2열왕 5,1-15ㄱ 복음 : 루가 4,24-30
[예수님, 저희를 떠나 쉬세요]
“사실 어떤 예언자도 자기 고향에서는 환영을 받지 못한다. 잘 들어라.
엘리야 시대에 삼 년 반 동안이나 하늘이 닫혀 비가 내리지 않고 온 나라에 심한 기근이 들었을 때 이스라엘에는 과부가 많았지만
하느님께서는 엘리야를 그들 가운데 아무에게도 보내시지 않고 다만 시돈 지방 사렙다 마을에 사는 어떤 과부에게만 보내주셨다.
또 예언자 엘리사 시대에 이스라엘에는 많은 나병환자가 살고 있었지만 그들은 단 한 사람도 고쳐주시지 않고 시리아 사람인 나아만만을 깨끗하게 고쳐주셨다.”
회당에 모였던 사람들은 이 말씀을 듣고는 모두 화가 나서 들고일어나 예수를 산 벼랑까지 끌고 가서 밀어 떨어뜨리려 하였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들의 한가운데를 지나서 자기의 갈 길을 가셨다.
(루가 4,24-30)
●“예수님, 추워요. 거기서 내려오세요!” 다섯 살 아이의 느닷없는 초롱초롱한 외침에 우린 어리둥절해서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시골 작은 공소 지붕 꼭대기에서 예수님, 그분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린아이의 눈에는 2월 차가운 바람 속의 예수님이 너무 걱정스러웠나 보다.
자신의 애타는 호소에도 꿈쩍 안 하시는 예수님에 대해, 예수님은 이미 네 예쁜 마음에 온몸이 따뜻해지셨을 거다 하며 아이를 달래야 했다.
십자가 위의 예수님
못박혀 피 흘리고 계신 예수님, 고통으로 숨을 허덕이시는 예수님, 당신을 바라볼 때 종종 마음이 답답해지곤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우리의 무거운 짐을 당신의 어깨 위에 얹습니다. 당신이 우리 대신 아파하고 우리 대신 고통받길 원합니다.
우리 대신 어렵고 힘든 이들 속에 계시길 바랍니다. 우리 대신 단죄하고 폭력과 전쟁을 휘두르길 원합니다.
많은 경우 당신의 거룩한 이름을 빌려 우리 스스로 그 숱한 일들을 행하곤 합니다.
그러다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아니 그것이 당신의 참뜻과는 정반대편에 있는 것임을 알아채면 주저없이 당신을 부정합니다.
당신을 성당에서 끌어내고 내 안에서 끌어내고, 비난하고 호통칩니다. 마침내 당신을 절벽 끝까지 끌고 갑니다.
예수님, 참 힘드시지요. 저희를 떠나세요.
어디든 가셔서 고요하게 쉬세요. 소리없이 흐르는 당신의 눈물, 말하지 않는 고통에 무디고 무딘 우리를 떠나세요.
요구만 많고 들으려 하지 않는 우리의 소란스러움과 마음이 아닌 형식으로, 손발이 아닌 머리로 당신을 얘기하는 우리의 완고함을 조용히 떠나세요.
불의와 탐욕으로 왕관을 지어 당신의 머리에 올리고자 할 때에, 예수님 더 이상 견디지 말고 부디 그냥 떠나세요.
그러면 당신이 떠나신 그 텅 비인 자리에서 우리는 비로소 당신의 뜻을 알아차릴 터입니다.
당신의 부활을 우리 손으로 준비하겠습니다.
당신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어린아이의 마음처럼 우리도 고단한 당신을 잠시라도 쉬게 하고 싶습니다.
장영예(가톨릭 파트너십 연구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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