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무던함과 수더분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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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2-03-06 | 조회수2,153 | 추천수20 | 반대(0) 신고 |
3월 7일 사순 제 3주간 목요일
루가 11장 14-23절
"하느님의 나라는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
<무던함과 수더분함>
한 두 명도 아니고 십여 명이나 되는 갈곳 없는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보육사님을 만났습니다. 몇몇 아이들은 학교 다니기를 죽기보다 싫어해서 아침마다 한바탕 전쟁을 치릅니다. 아이들과의 관계 안에서 매일 체험하는 끊임없는 자기 상실감이 상당하지만 무던하게도 하루하루를 엮어 가시는 모습이 참으로 대단합니다.
눈뜨면서부터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한순간도 아이들과의 끈을 놓으려하지 않는 모습에서 참교육자의 향기를 맡습니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보든 모든 것을 아이들과 연결시킵니다.
방학이라도 되면 그분의 삶은 그야말로 고달프기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과 하루 종일 밀고당기는 줄다리기와 머리싸움에 지칠 만도 할텐데, 언제나 수더분한 모습으로, 편안한 얼굴로 자질구레한 일상에 충실하십니다.
이런 보육사와 살아가는 아이들의 얼굴에서는 행복함이 그대로 묻어나 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서로 남남으로 만났지만 친부모 이상의 아름다운 인연을 만들어 가는 그 집에서 저는 하느님 나라의 한 귀퉁이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역경을 딛고 일어서려는 아이들, 희망으로 똘똘 뭉쳐진 아이들이 자신을 밟고 더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갈 수 있도록 언제나 밟히는 사다리로 존재하시는 보육사님의 삶에서 하느님의 마음을 보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는 이미 너희 가운데 와있다"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 나라는 멀리 다른 하늘 아래 존재하는 별세계가 아닙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 가운데서 발견할 수 있는 나라가 하느님 나라입니다.
한치 사심 없는 순수한 봉사자의 삶에서 하느님 나라를 느낍니다. 한 이웃의 영웅적인 용서를 통해 하느님 나라의 한 조각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극심한 고통 가운데서도 평화를 추구하는 환자의 얼굴에서 하느님 나라의 흔적을 읽을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우리의 삶을 통해 하느님 나라를 증거하고 있습니까? 세상 사람들은 우리 삶의 모습을 통해 하느님 나라의 향기를 느낍니까?
오늘 우리 앞에 놓인 이 하루는 그냥 되는대로 살아가는 하루가 아니라 사랑의 기적을 통해 매일 하느님 나라를 건설해 나가야할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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