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기적의 고해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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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2-03-22 | 조회수2,508 | 추천수28 | 반대(0) 신고 |
3월 23일 사순 제 5주간 토요일-요한 11장 45-56절
"그 날부터 그들은 예수를 죽일 음모를 꾸미기 시작하였다."
<기적의 고해소>
오늘도 저는 좁디좁은 고해소 안에서 세 시간 동안 앉아있었습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은총을 부여받는 성사가 고백성사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신자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고백사제수, 그리고 일년에 두 번 판공성사때 집중되는 신자들의 엄청난 행렬 앞에 사제들은 은근히 기가 질리곤 합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고해소에 한 두 시간만 앉아있으면 좀이 쑤시고, 어떤 때는 슬슬 부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차라리 어디 가서 노가다 한판 뛰는 것이 더 낫지 도저히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끝나면 빨리 돌아가서 아이들과 볼이나 신나게 한번 차야지"하는 생각뿐입니다.
이렇게 철없는 제게 한 동료 신부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나는 고해소에 앉아있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네. 고해소 안에서 얼마나 많은 하느님의 은총과 손길을 체험하는지 몰라! 그리고 우리 사제들, 신자들의 고백성사 인내롭게 들어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들의 보속이려니 생각해야지"
참으로 저를 부끄럽게 하는 말씀이었고,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진리의 말씀이었습니다.
고해소는 어떻게 보면 예수님을 선택함으로 인해 양심의 가책을 받는 그리스도인들이 찾아와서 예수님께 불평불만을 털어놓고 하소연하는 장소입니다.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예수님을 선택함으로 인해 받아온 고통과 상처, 갈등과 방황, 회의와 번민을 털어놓는 곳이 고해소입니다.
어찌 보면 걸림돌 중에 걸림돌이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세상의 이치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껄끄러운 존재가 예수님이십니다.
따라서 예수님 때문에, 그분이 남겨주신 복음 때문에, 그분이 몸으로 보여주신 모범 때문에 마음이 찔려 가슴을 치며 찾아오는 곳이 고해소입니다.
가끔씩 고해소 안에서 갖게 되는 소중한 체험인데, 연륜에서 오는 풍부한 경험과 해박한 지식, 탁월한 지혜를 지닌 대학자들, 아무 아쉬울 것 없는 명망가들마저도 고해소 안에서만큼은 겸손 되이 무릎을 꿇습니다. 그리고 가슴을 치며 자신의 부족함을 부족한 사제 앞에서 뉘우칩니다.
예수님을 선택한다는 것은 손해보기를 각오하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예수님을 선택하겠다는 것은 예수님 그분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선택하겠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그분의 십자가를 선택하겠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선택한다는 것은 신기루를 쫓는 일이 아닙니다. 그분이 이 땅에 오셔서 보여주신 봉사와 헌신, 나눔, 십자가의 삶을 살겠다는 표현이 예수님을 선택한다는 것의 전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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