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내가 할 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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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태범 | 작성일2002-03-26 | 조회수2,542 | 추천수11 | 반대(0) 신고 |
성주간 화요일 (2002-03-26) - 야곱의 우물에서 독서 : 이사 49,1-6 복음 : 요한 13,21-33.36-38
[내가 할 일]
그때에 예수께서 몹시 번민하시며 “정말 잘 들어두어라. 너희 가운데 나를 팔아 넘길 사람이 하나 있다” 하고 내놓고 말씀하셨다.
제자들은 누구를 가리켜서 하시는 말씀인지를 몰라 서로 쳐다보았다.
그때 제자 한 사람이 바로 예수 곁에 앉아 있었는데 그는 예수의 사랑을 받던 제자였다.
그래서 시몬 베드로가 그에게 눈짓을 하며 누구를 두고 하시는 말씀인지 여쭈어 보라고 하였다. 그 제자가 예수께 바싹 다가앉으며
“주님, 그게 누굽니까?” 하고 묻자 예수께서는 “내가 빵을 적셔서 줄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다” 하셨다.
그러고는 빵을 적셔서 가리옷 사람 시몬의 아들 유다에게 주셨다. 유다가 그 빵을 받아먹자마자 사탄이 그에게 들어갔다.
그때 예수께서는 유다에게 “네가 할 일을 어서 하여라” 하고 이르셨다.
그러나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예수께서 왜 그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는지 아무도 몰랐다.
유다가 돈주머니를 맡아보고 있었기 때문에 더러는 예수께서 유다에게 명절에 쓸 물건을 사오라고 하셨거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엇을 주라고 하신 줄로만 알았다.
유다는 빵을 받은 뒤에 곧 밖으로 나갔다. 때는 밤이었다. 유다가 나간 뒤에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제 사람의 아들이 영광을 받게 되었고 또 사람의 아들로 말미암아 하느님께서도 영광을 받으시게 되었다.
하느님께서 사람의 아들로 말미암아 영광을 받으신다면 하느님께서도 몸소 사람의 아들에게 영광을 주실 것이다. 아니, 이제 곧 주실 것이다.
나의 사랑하는 제자들아, 내가 너희와 같이 있는 것도 이제 잠시뿐이다.
내가 가면 너희는 나를 찾아 다닐 것이다. 일찍이 유다인들에게 말한 대로 이제 너희에게도 말하거니와 내가 가는 곳에 너희는 올 수 없다.”
그때 시몬 베드로가 “주님,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는 “지금은 내가 가는 곳으로 따라올 수 없다. 그러나 나중에는 따라오게 될 것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주님, 어찌하여 지금은 따라갈 수 없습니까? 주님을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바치겠습니다.” 베드로가 이렇게 장담하자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나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겠다고? 정말 잘 들어두어라. 새벽 닭이 울기 전에 너는 나를 세 번이나 모른다고 할 것이다.”
(요한 13,21-33.’36-38)
화요일 아침은 바쁘다. 일어나면 성체 앞에서 성무일도를 바치고 가축에게 먹이를 주고 사제관에 들어와 밥을 먹고 설거지가 끝나면 방 청소며 밀린 빨래를 한다.
그리고 오후에는 컴퓨터에 앉아 주일 강론을 준비한다. 일주일 내내 사람(주로 쉬는 교우들)을 만나는 일이 주 사목인지라 대개 주일 강론은 화요일에 마친다.
이렇게 보면 내가 꽤나 부지런해 보이지만 사실은 여간 게으른 게 아니다. 그러나 이 게으름은 나를 힘들게도 하지만 은총이기도 하다.
주님께서는 이런 나라는 악기로 음악을 연주하신다. 내 자만심 때문에 가끔은 주님의 손가락을 아프게 할 때도 있고, 주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 엉뚱한 음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사제이기에 주님께서는 더욱더 당신의 거룩한 손으로 나의 작고 보잘것없는 삶을 조율해 주시고 연주해 주신다. 나는 알고 있다.
비록 주님에 의해 내가 연주된다 하더라도 내가 원치 않은 음악들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뿌리에는 쉽게 조율되려 하지 않는 아집이 있다는 것을’….
그래서 손색 없는 주님의 연주에도 음들이 툭툭 튀어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조용히 기도할 때는 조율도 잘되고 연주도 훌륭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렇다! 사제가 하는 모든 일은 기도여야 한다.
사제는 기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유다도 기도하는 사람이었다면 주님을 배반할 수 있었을까?
윤영길 신부(광주대교구 곡성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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