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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견훤왕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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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2-03-29 조회수2,059 추천수22 반대(0) 신고

예수부활 대축일-마태오 복음 28장 1-10절

 

"그분은 여기 계시지 않다. 전에 말씀하신 대로 다시 살아나셨다."

 

 

<견훤왕의 부활>

 

저는 얼마 전 종영된 TV 드라마 태조 왕건의 열렬한 팬이었습니다. 왕건이 삼한을 통일해나가는 과정에서 후백제왕 견훤의 몰락이 진행되던 때였습니다.

 

견훤왕이 자신의 왕위를 장남 신검이 아닌 막내 금강에게 물려주었는데, 이를 도저히 수용할 수 없었던 신검이 자신의 지지자들과 쿠데타를 일으키고는 아버지를 금산사에 가두었습니다.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상황 앞에 선 견훤왕은 치밀어 오르는 울분을 참지 못해 매일을 술로 버텨내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한 때 견훤왕과 절친했던 한 고승이 위로차 금산사를 방문합니다. 그리고 화두 하나를 던지는데, 그 말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폐하! 이제 그만 모든 것 내려놓으십시오. 마음 한번 바꾸시면 새 세상이 열립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으십시오!"

 

여기서 "내려놓으십시오"라는 말은 "자신을 떠나십시오", "자신을 죽이십시오"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받아들이기 힘든 과정이 죽음이지만, 한번 죽음을 극복한다든지, 죽음이 주는 진정한 의미를 파악할 때, 얼마나 큰 깨달음과 성취감, 기쁨과 행복이 찾아드는지 모릅니다. 진정으로 잘 죽을 때, 우리는 진정으로 살 수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죽는 날은 단순히 "밥숟가락 놓는 날", "제사상 차리는 날"이 아니라 하느님 품안에서 다시 한번 태어나는 또 다른 생일, 천상탄일입니다. 부활의 삶, 영원한 생명의 삶에로 건너가는 과정이 바로 죽음의 순간입니다.

 

결국 우리 그리스도교 신앙은 부활신앙입니다. 부활신앙을 믿는 사람은 매일 매일 이 세상에 죽는 사람입니다. 부활신앙을 믿는 사람은 잠시 지나갈 이 세상에 모든 것을 걸지 않고, 나약한 우리 육신의 안위에 모든 것을 걸지 않고, 세상 모든 것 그 너머에 계시는 부활하신 예수님 그분을 믿으며, 우리 또한 언젠가 죽고 부활해서 그분과 영원히 살리라고 확신하는 사람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 죽음은 인생의 끝맺음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죽음은 본격적으로 노래를 부르기 전에 잠시 흘러나오는 전주곡입니다. 하느님 안에서 영원히 상영될 본 영화의 예고편이 죽음입니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서 묵은 허물과 시든 껍질을 벗어버리는 동작이 죽음입니다. 한 마리 뱀이 허물을 벗어버렸다고 해서 절대로 죽은 것이 아닙니다. 어차피 떨쳐 버려야할 거추장스런 허물을 빨리 떨쳐버린 뱀은 보다 홀가분하고 보다 생명력 있는 몸짓으로 수풀 사이를 헤쳐나갈 것입니다.

 

우리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죽음의 순간을 우리가 잘 준비만 한다면 그 순간은 우리의 걱정과는 달리 가장 큰 환희와 은총의 순간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죽음의 순간이 지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우리를 당신 품에 안아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은 우리가 이 땅에 살면서 그토록 노력해도 해결하지 못했던 반복되는 악습과 죄악, 그로 인한 절망감이나 부끄러움으로부터 해방되는 순간일 것입니다. 그 순간은 우리가 매일 이 세상에서 겪는 갖은 고초와 슬픔과 이해하지 못할 일들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될 것입니다.

 

그 순간은 우리가 낡고 손상된 인간성을 버리고 빛나는 주님의 갑옷으로 갈아입는 부활의 순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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