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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절망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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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태범 쪽지 캡슐 작성일2002-04-05 조회수1,910 추천수8 반대(0) 신고

부활 팔일축제 내 금요일 (2002-04-05) - 야곱의 우물에서

독서 : 사도 4,1-12 복음 : 요한 21,1-14  

 

  

[절망의 순간]

 

그때에 예수께서 티베리아 호숫가에서 제자들에게 다시 나타나셨는데 그 경위는 이러하다.

 

시몬 베드로와 쌍둥이라는 토마스와 갈릴래아 가나 사람 나타나엘과 제베대오의 아들들과 그 밖의 두 제자가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그때 시몬 베드로가 “나는 고기를 잡으러 가겠소” 하자 나머지 사람들도 같이 가겠다고 따라 나섰다.

 

그들은 배를 타고 고기잡이를 나갔으나 그날 밤에는 아무것도 잡지 못하였다. 이튿날 날이 밝아올 때 예수께서 호숫가에 서 계셨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분이 예수이신 줄을 미처 몰랐다. 예수께서 “얘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들은 “아무것도 못 잡았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져보아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 그들이 예수께서 이르시는 대로 그물을 던졌더니 그물을 끌어올릴 수 없을 만큼 고기가 많이 걸려들었다.

 

예수의 사랑을 받던 제자가 베드로에게 “저분은 주님이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주님이시라는 말을 듣자 옷을 벗고 있던 시몬 베드로는 몸에 겉옷을 두르고 그냥 물속에 뛰어들었다.

 

나머지 제자들은 고기가 잔뜩 걸려든 그물을 끌며 배를 저어 육지로 나왔다. 그들이 들어갔던 곳은 육지에서 백 미터쯤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그들이 육지에 올라와 보니 숯불이 있고 그 위에 생선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빵도 있었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방금 잡은 고기를 몇 마리 가져오너라” 하고 말씀하셨다.

 

시몬 베드로는 배에 가서 그물을 육지로 끌어올렸다. 그물 속에는 백쉰세 마리나 되는 큰 고기가 가득히 들어 있었다.

 

그렇게 많은 고기가 들어 있었는데도 그물은 터지지 않았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와서 아침을 들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제자들 중에는 감히 “당신은 누구십니까?” 하고 묻는 사람이 없었다. 그분이 바로 주님이시라는 것이 분명하였기 때문이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가까이 오셔서 빵을 집어주시고 또 생선도 집어주셨다.

 

예수께서 부활하신 뒤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것은 이것이 세 번째였다.

 

                                          (요한 21,1-14)

 

 

죽음의 수용소를 수색하다가 벽에 ‘하느님은 여기 계시다’라는 글이 씌어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하루하루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다가 결국 자기 차례가 되어 가스실로 끌려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느님을 찬미하며 하느님의 현존을 느낄 수 있었을까?

 

가끔 묵상을 하면서 십자가에 못박히던 예수께서 그토록 울부짖던 그 순간에 아버지는 어디 계셨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참으로 멍청한 질문이다. 아들이 십자가에 매달려 그 고통을 당하시는데 아버지가 그 자리 아닌 어디에 계시다는 말인가?

 

그런데 예수께서 아버지를 찾으셨다. 누군가가 죽어간다면 먼 친척도 달려오는데 아들이 죽어가며 아버지를 그토록 찾았건만 아버지는 왜 나타나지 않으셨을까?

 

아버지는 아드님의 고통의 중심에서, 한마디로 심장 한가운데서 아들의 울부짖음을 듣고 함께 눈물을 흘리셨을 것이다.

 

산고의 고통을 겪는 아내의 손을 잡고 함께 울부짖는 남편처럼 하느님도 아드님과 고통을 함께하셨을 것이다.

 

삼 년이란 세월을 스승을 섬겨왔는데 허탈하게 스승을 보낸 제자들은 옛 삶의 현장에서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말이 그렇지 고기잡이를 나갔다 해도 어찌 고기 잡을 마음이 있었겠는가?

 

인간은 절망의 순간에 하느님을 체험하는 것은 아닐까?

 

인간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삶의 현장에 부활하신 예수님은 나타나신다.

 

                           나궁열 신부(전주교구 장계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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