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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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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태범 쪽지 캡슐 작성일2002-04-13 조회수1,747 추천수7 반대(0) 신고

부활 제2주간 토요일 (2002-04-13) - 야곱의 우물에서

독서 : 사도 6,1-7 복음 : 요한 6,16-21  

 

  

동조(同調)

 

그날 저녁때 예수의 제자들은 호숫가로 내려가서 배를 타고 호수 저편에 있는 가파르나움으로 저어갔다.

 

예수께서는 어둠이 이미 짙어졌는데도 그들에게 돌아오지 않으셨다. 거센 바람이 불고 바다 물결이 사나워졌다.

 

그런데 그들이 배를 저어 십여 리쯤 갔을 때 예수께서 물 위를 걸어서 배 있는 쪽으로 다가오셨다. 이 광경을 본 제자들은 겁에 질렸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나다, 두려워할 것 없다” 하시자 제자들은 예수를 배 안에 모셔 들이려고 하였다.

 

그러나 배는 어느새 그들의 목적지에 가 닿았다.

 

                                       (요한 6,16-21)

 

 

요즘은 많은 가전제품이 자동화되어 버턴 하나로 모든 것이 작동된다.

 

집에 있는 음향기기들은 모두 구식이라 주파수를 맞추려면 미세 조정 다이얼로 한참 씨름을 해야 한다. 그래야 깨끗한 음질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이 제각각의 음을 조정하는 불협화음을 내다가 악장의 지휘에 따라 음을 고르는(Tuning) 장면을 보면서 일치의 신비, 동조(同調)의 비밀을 새삼 느낀다.

 

배가 한 척밖에 없었는데도 예수님을 홀로 남겨놓고 제자들은 이미 어둠이 짙어진 상황에서 배를 저어 호수를 건너가고 있다.

 

계속 요한복음을 읽어보면 제자들은 이때부터 예수님과 헤어짐을 각오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들이 만난 것은 거센 바람과 사나운 물결이었다.

 

결국 예수님의 기적으로 무사히 목적지에 가 닿았다. 스승과 제자라는 한 집단에 불협화음이 생긴 것은 목표의 공유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주어진 상황에 대한 생각들이 너무나 상이하여 대화의 공조가 안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선입견·집착·강박관념이 주님의 말씀을 들으려는 주파수를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내가 듣고자 하는 열망의 주파수를 그분의 것과 일치시킬 때 그분의 말씀을 깨닫고 내 안에 모셔들일 수 있을 것이다.

 

왜 우리는 어둠이 짙은 밤, 거센 바람과 사나운 물결 속에서만 찾아오시는 그분을 만나뵈어야 하는 것일까?

 

                   김기문(기업인. 서울대교구 개포동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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