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짙은 슬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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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2-04-16 | 조회수1,877 | 추천수23 | 반대(0) 신고 |
4월 17일 수요일-요한복음 6장 35-40절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은 내게 맡기신 사람을 하나도 잃지 않고 마지막 날에 모두 살리는 일이다. 그렇다. 아들을 보고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는 것이 내 아버지의 뜻이다. 나는 마지막 날에 그들을 모두 살릴 것이다."
<짙은 슬픔>
오늘 오후 한 종합병원 병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3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멎자 대여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꼬마 환자와 어머니가 들어왔습니다. 핏기 없는 파리한 얼굴이나 큰 마스크를 낀 걸 보아 아이는 위층에 있는 소아암 병동에서 투병중인 듯했습니다.
우연히도 두 모자는 제 바로 옆에 서게 되었는데, 아이는 명랑한 표정으로 어머니를 향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재잘거렸습니다. 어머니는 아이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주며, 계속 고개만 끄덕이셨는데, 아이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빛에는 짙은 안타까움이 배어있었습니다.
유난히도 쾌활하고 똑똑해 보이는 아이를 향해 주변에 둘러선 어른들은 다들 한마디씩 했습니다. "그 녀석, 보통내기가 아니네", "아이가 아주 야무진데요" 하면서도 말을 마치고는 딱한 아이의 모습에 다들 시선을 허공으로 향하며 한숨들을 내쉬었습니다.
하루 온종일 마음껏 뛰놀고 재롱을 부려야 할 아이가 머리를 파릇파릇할 정도로 밀고, 팔목에는 굵은 링거주사바늘을 꽂고 있다는 것 참으로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세상 모든 사람들을 살리는 것이 당신의 과제임을 선포하십니다.
"아버지의 뜻은 내게 맡기신 사람을 하나도 잃지 않고 마지막 날에 모두 살리는 일이다. 그렇다. 나는 마지막 날에 그들을 모두 살릴 것이다." 예수님을 통한 하느님 아버지의 우리를 향한 구원의지는 확고하십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아이, 무죄한 아이, 천진난만한 아이가 겪는 그 큰 고통을 바라보며 제 마음이 참으로 아팠습니다.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시선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분은 우리의 딱한 모습 앞에 너무도 안타까워 한숨을 쉬시고 눈물을 흘리시는 연민의 하느님이십니다. 우리의 가련한 처지가 안쓰러워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리를 살리고자 애쓰시는 사랑의 하느님이십니다.
아이의 어머니께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길 진심으로 기도 드립니다. 당장 끝이 보이지 않고 또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는 어려운 상황이겠지만 용기를 내시길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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