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꽃을 든 남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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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2-05-08 | 조회수2,385 | 추천수28 | 반대(0) 신고 |
5월 9일 부활 제 6주간 화요일-요한 16장 16-20절
"너희는 울며 슬퍼하겠지만 세상은 기뻐할 것이다. 너희의 근심에 잠길지라도 그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꽃을 든 남자>
"빨리 성당으로 오세요!"라는 인터폰을 받고 내려가니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어버이날" 행사를 할 모양이었습니다. 몇몇 선생님들, 수사님들, 주방 이모님들과 함께 앞에 준비된 의자에 앉았습니다. 몇몇 아이들이 카네이션을 한 송이씩 손에 들고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꽃을 달았습니다.
이어서 한 아이가 앞으로 나와 짤막한 글을 하나 읽었습니다.
"신부님들, 저희가 힘들어하고 짜증을 부릴 때, 어떻게 해서든 분위기 띄워주시려고 갖은 애를 다 쓰신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이모님들, 늘 저희들에게 스페셜 메뉴를 만들어주시기 위해 애쓰시니 정말 감사 드립니다. 선생님들, 지독하게도 말 안 듣는 저희들을 참아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수사님들, 앞으로 수사님들의 소원인 담배를 꼭 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의 편지" 낭독이 끝나자 아이들은 모두 일어서서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를 노래했습니다.
한창 부모의 품안에서 따뜻한 보살핌을 받고 지내야할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부모도 아닌 저 같은 사람 앞에서 그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것에 마음이 저려왔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스쳐 지나가는 한가지 생각을 노래가 끝난 다음 아이들에게 건넸습니다.
"애들아! 오늘 다들 마음이 안 좋지? 어떤 친구는 부모님이 계실텐데 가보지 못해서 기분이 안 좋고, 또 어떤 친구는 부모님이 안 계셔서, 또 어떤 친구는 부모님에 대한 감정이 안 좋아서, 우리 친구들 마음이 울적한 날인 것 같아.
마음이 울적한 여러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딱 한가지 있단다. 너희들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여기 있는 우리는 너희들을 아들들로 생각한단다. 너희들이 이 집에 들어온 이상 이제 우리는 하느님 안에 한 가족이 된거지. 이제는 여기 서 있는 우리가 너희들의 아버지요 어머니다라고 생각해주면 고맙겠다.
몇몇 아이들의 쓸쓸하면서도 허전한 표정을 쳐다보며 진심으로 기도했습니다.
"주님! 여러 가지 고통으로 울며 슬퍼하는 저 아이들의 고통 가운데 함께 하여 주십시오. 저들의 근심 걱정들을 기쁨으로 바꿔주십시오. 저희에게는 저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진정 <내 자식>처럼 여기며 살수 있는 인내를 주십시오. 저 아이들의 쓰린 상처를 감싸주고, 여린 어깨를 보듬어줄 사랑을 주십시오."
고통에는 반드시 대가가 있다는 것, 참으로 큰 위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상 모든 고통에는 반드시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음을 저는 확신합니다. 눈물로 씨뿌리던 사람들이 기쁨으로 곡식을 거둔다는 것은 너무도 공평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주님을 마주 뵙는 그 날, 고통을 잘 이겨낸 사람들에게는 축제의 순간이 될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친히 우리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거두어 가실 것입니다. 그 순간은 더 이상 불행이나 고통, 근심이 없는 순간, 주님 안에서 완벽한 안식을 누리는 순간이 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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