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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2-05-16 조회수2,525 추천수25 반대(0) 신고

5월 17일 부활 제 7주간 금요일-요한 21장 15-19절

 

"예, 주님, 아시는 바와 같이 저는 주님을 사랑합니다."

 

 

<나락으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발현하셔서 제자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하실 때였습니다. 수제자로서 언제까지나 스승님과 생사고락을 같이하겠노라고 공공연하게 떠들었던 베드로는 부활하신 예수님 앞에서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세 번씩이나 배신한 것에 대한 심한 죄책감과 부끄러움으로 인해 베드로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습니다. 한마디 말도 없이 식사에만 전념하고 있었습니다. 음식이 제대로 넘어갈 리가 만무했습니다. 마치 모래를 씹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베드로에게 예수님께서 말을 건네십니다. "시몬아, 네가 나를 정말 사랑하느냐?" 베드로는 미안하기도 하고 멋쩍기도 해서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합니다. "예, 주님, 지난번 일은 정말 죄송했습니다. 정말 주님을 사랑합니다."

 

이 대답을 끝낸 베드로는 "야, 이제 살았다. 이제 주님의 마음이 좀 풀어지셨나 보구나"하고 안심을 하고 있는데, 왠걸 예수님께서는 똑같은 질문을 세 번이나 되풀이하십니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이 순간 베드로는 속으로 "야, 이거 정말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정말 너무하시는 거 아냐? 다른 사도들도 저렇게 다 보고 있는데...아무리 내가 몇 번 배신을 때렸다고 하지만, 이거 나를 너무 묵사발 만드시는 것 같아"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몹시 슬퍼졌습니다.

 

세 번이나 똑같이 세 번이나 되풀이하시는 예수님의 질문 그 이면에는 세 가지 의도가 깔려있다고 하겠습니다.

1. 베드로의 배반에 대한 집중적인 추궁

2. 다시는 배반해서는 안 된다는 강한 경고

3. 예수님과 베드로 사이 사랑의 재계약

 

짧은 순간이었지만 베드로의 내면에는 숱한 감정들이 교차하고 있었습니다.

1. 배반에 대한 처절한 후회와 죄책감

2. 어린애 취급받는데 대한 창피함과 분노

3. 예수님 추종을 여기서 그만 포기하고픈 유혹

 

그러나 베드로는 겸손하게 이러한 감정들을 극복해나갑니다. 자신의 철저한 부족함을 겸허하게 수용합니다. 예수님 그분의 자비를 힘입지 않고서는 늘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가장 아름답고 열렬한 신앙고백에 도달하게 됩니다.

 

"예, 주님, 아시는 바와 같이 저는 주님을 사랑합니다."

 

오늘 우리의 처지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하고 비참할 때, 거듭 그분을 배신하는 순간, 베드로의 고백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주님, 보십시오. 아시다시피 저는 이토록 부족합니다. 그렇지만 보시다시피 저는 주님을 사랑합니다. 보시다시피 제게는 이제 주님 당신 밖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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