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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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2-05-22 | 조회수2,525 | 추천수37 | 반대(0) 신고 |
5월 23일 연중 제 7주간 목요일-마르코 9장 41-50절
"손이 죄를 짓게 하거든 그 손을 찍어 버려라. 두 손을 가지고 꺼지지 않는 지옥의 불 속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불구의 몸이 되더라도 영원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나을 것이다."
<사막>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유혹 앞에 굳건히 살아갈 것을 당부하고 계십니다.
수도생활 안에서도 여러 가지 유혹이 있습니다. 평신도의 길을 걷는 분들에게도 마찬가지겠지요.
수도생활을 해나가면서 개인적으로 직면하는 가장 큰 유혹은 "포기하고픈 유혹"입니다. 왜냐하면 근본적으로 수도생활은 세상의 가치관을 거슬러 살아가는 생활이다 보니 두 가지 가치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을 겪기 때문입니다.
수도생활 또는 신앙생활은 "약속의 땅을 향해 사막을 횡단해나가는 순례의 여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막은 수목이 살기 힘든 황폐한 곳이자 식수를 구하기가 힘든 지역입니다. 또한 쓸모 없는 땅이기에 영역에 대한 확실한 지배세력이 없어 게릴라나 도둑들이 득실대는 지역입니다. 기후도 수시로 바뀌고 강풍이 몰아치기에 길도 찾기 힘든 지역입니다. 돌변하는 날씨 앞에 적절한 방어요소들도 전혀 찾을 수 없는 곳이 사막입니다.
이런 사막을 걷다보면 인간은 자신의 진면모를 보다 적나라하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초조하고 불안하기 때문에 극도로 신경이 예민해져서 사소한 일을 가지고 서로 싸웁니다. 극도로 제한된 식수나 음식 잠자리로 인해 치사하게 다투기도 합니다. 이렇듯 우리 인간의 미성숙과 내적인 결함을 명료하게 발견할 수 있는 곳이 사막입니다.
히브리인들 역시 하루 이틀도 아니고 사십 년이란 세월동안 사막을 횡단했었는데 그 시기는 참으로 부담스러웠던 나날이었습니다. 약속된 땅은 아무리 걸어도 나타나지 않을뿐더러 언제쯤 날 것이라는 보장도 없었습니다. 모진 고생 끝에 겨우 약속된 땅에 도착해보니, 그 곳에는 이미 다른 종족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과의 전투가 불가피했습니다.
이런 상황 앞에서 이스라엘 백성들 역시 숱하게 "포기하고픈" 유혹, "과거로 돌아가고픈" 유혹을 느꼈습니다.
수도생활이나 신앙생활 안에 사막은 반드시 존재합니다. 어쩌면 수도생활이나 신앙생활 그 자체가 사막의 생활입니다. 수도생활이란 사막을 걸어갈 때 느끼는 가장 큰 유혹은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못 찾겠으니 그만 돌아가자"는 식의 포기에로의 유혹입니다. 과거로 돌아가고픈 유혹입니다.
순례를 시작하는 일은 쉽습니다. 그러나 순례를 지속하기란 어렵습니다. 사막을 향해 길을 출발하는 것은 쉽습니다. 그러나 사막을 횡단하고 사막 안에 머무르기란 어렵습니다.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은 쉽습니다. 그러나 세례를 살기란, 또 그리스도인으로 살기란 성가신 일입니다. 수도자로 서원을 하기는 쉽습니다. 그리나 서원을 살고 지속적으로 서원에 충실하기란 피곤한 일입니다.
가끔 포기하는 사람들을 봅니다. 포기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공통된 성격 유형을 지니는데, "자신의 의지나 자신의 힘만으로 모든 것을 해보겠다는 자존심강한 유형"입니다.
사막을 걷는 다는 것은 고통스런 일입니다. 셀 수 없는 유혹들, 특히 포기하고픈 갖은 유혹들이 길 모퉁이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우리가 기억할 일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막을 횡단하던 이스라엘 백성들 한 가운데 언제나 함께 하셨다는 것입니다. 때로 불기둥으로 때로 장막 안의 성궤로.
우리가 걸어가는 수도생활이나 신앙생활이란 사막 그 한가운데도 주님께서는 반드시 여러 가지 모습으로 현존하신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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