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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2-05-28 조회수2,601 추천수25 반대(0) 신고

5월 29일 연중 제 8주간 수요일-마르코 10장 32-45절

 

"선생님께서 영광의 자리에 앉으실 때 저희를 하나는 선생님의 오른편에 하나는 왼편에 앉게 해주십시오."

 

 

<역설>

 

예수님께서 공생활 기간 동안 지니셨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제자들"로 인한 고민이었습니다.

 

제자 공동체는 예수님의 집중과외에도 불구하고 전혀 성적이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특별 지도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진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제 떠날 시간은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데 제자들은 여전히 답보상태입니다. 제자들은 아직도 예수님의 가르침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자들은 아직도 예수님의 신원에 대해서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야고보와 요한 같은 사람들은 예수님을 이용해서 "한 자리" 차지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예수님을 통해 수직적인 신분상승을 꾀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통해 한번 팔자 펴보고 싶다는 것입니다. 이런 그들의 속마음을 간파하고 계셨던 예수님의 마음은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이제 저 멀리 바라다 보이는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언덕을 오르면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그 시간, 고난의 잔을 받아 마셔야 할 순간인데 제자들은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자리싸움에 여념이 없는 것입니다. 곧 떠날 시간인데 떠날 준비가 덜 된 제자들의 모습에 몹시 안타까우셨던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앞장서서 길을 떠나십니다.

 

관례상 스승은 제자들을 앞세우고 뒤따라가는 것이 보통인데, 예수님께서 앞장서십니다. 예수님의 비장한 각오가 엿보이는 순간입니다. 제자들의 몰이해에 대한 섭섭함과 서운함을 떨치고 일어서십니다. 사바세계의 질긴 인연을, 갖은 인간적 애착을 떨치고 죽어도 가기 싫은 그 길을 걸어가십니다.

 

예수님의 공생활 그 가장 큰 목적은 지극히 역설적이지만 보다 잘 죽기 위한 생활이었습니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아버지의 계획에 한치의 오차도 없는 죽음의 길이 바로 예수님의 길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일생은 일상 안에서 거듭된 죽음의 연습과정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매일 우리가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자존심에 죽으셨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양보하기 힘들어하는 자신만의 영역에 과감히 죽으셨습니다. 그리하여 맑고 향기로운 죽음, 만민을 위한 죽음, 아버지께서 기뻐하실 죽음을 맞이하셨습니다.

 

참된 죽음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각고의 노력과 부단한 자기 버림, 자기 혁신을 향한 깨어짐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제자들을 앞장서 죽음의 언덕 예루살렘으로 향해 걸어가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묵상하면서 사하라 사막의 성자 샤를르 드 후코 신부님의 말씀을 되새깁니다.

 

"가장 큰 위험이 있고 가장 큰 희생과 헌신을 요구하는 그곳으로 가기를 주저함 없이 자원하십시오. 영예는 그것을 찾는 사람들에게 맡기고 당신은 언제나 곤란하고 위험한 것을 찾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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