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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취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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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2-06-03 조회수3,038 추천수39 반대(0) 신고

6월 3일 월요일-마르코 12장 1-12절

 

"저게 상속자다. 자, 죽여 버리자. 그러면 이 포도원은 우리 차지가 될 것이다."

 

 

<취화선>

 

올해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취화선은 조폭들의 눈뜨고 볼 수 없는 작태를 다룬 영화들이나 보고 나면 더욱 허탈해지는 코미디 영화가 범람하고 있는 이 시대 한국적 정취를 필름으로 옮긴 영화이기에 더욱 소중합니다.

 

취화선의 제작자로 요즘 매스컴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는 태흥영화사 이태원 사장은 "취화선"의 수상소식이 전해지자 눈시울을 붉히며 취화선의 조연 배우 안성기씨에 관한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평소 캐스팅을 직접하지 않는 임권택 감독이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유일하게 이태원 사장에게 꼭 출연시켜야 한다고 "압력"을 넣었던 배우가 안성기씨였습니다.

 

이태원 사장은 안성기씨를 불렀습니다. "임감독 영화에 자네가 꼭 필요하다는데..." 안성기씨는 지체 없이 대답했습니다. "해야죠." 이태원 사장은 또 다른 어려운 부탁을 꺼냅니다. "그런데 형편상 개런티를 많이 줄 수 없는데..." 그래도 한결같은 안성기씨의 대답은 "그래도 해야죠." 일단 안심한 이사장은 한가지 더 어려운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런데 자네가 주연이 아니고 주연은 최민식인데..." 마찬가지로 안성기씨의 한결같은 대답은 "그래도 해야죠."

 

또 한가지 문제는 조연인 세 명의 여배우 캐스팅이었습니다. 사극인데다 주연배우가 40대인 최민식에 머리가 허연 60대 감독이다 보니 어린 여배우들이 선뜻 나서주질 않았습니다. 그러자 안성기씨는 후배 여배우 캐스팅에 몸바쳐 나섰습니다.

 

이사장은 이런 안성기씨를 붙들고 "용서해라. 그리고 고맙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주연도 아니고 조연을, 그리고 개런티도 삭감시켰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적인 영화" 한편을 위해 애써주는 모습을 보며 이사장은 감동 받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스타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인연을 무시하고 돈을 쫓아가는 요즘 세태 속에서 안성기씨의 아름다운 "취화선" 투신은 모든 사람들에게 신선함과 흐뭇함을 안겨주었습니다(동아일보 5월 29일자 참조).

 

손해보는 일에도 기꺼이 "예"하는 요즘 보기 드문 착한 마음씨의 소유자 안성기씨를 보며 많은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누군가 뭘 부탁이라도 하면 일단 빼고 보는 제 나쁜 습관을 반성합니다. 손해보는 일, 돈 안 되는 일은 싫어하고 일단 때깔나는 일, 그럴듯해 보이는 일만 OK하는 제 모습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절대 허튼 데 시간 안 빼앗기겠다는 지극히 이기적인 모습을 반성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끝까지 자신을 거절하는 동족들을 바라보시며 가슴아파 하십니다. 상속자마저 받아들이지 않고 죽여버리는 늘 No!만 되풀이하는 소작인들의 비유를 묵상하면서 예수님의 마음은 까맣게 타 들어갔으리라 생각합니다.

 

따지지 않고 "예"를 거듭한다는 것 참으로 힘든 일이지만 그 "예"가 세상을 얼마나 살맛 나게 만드는지요.

 

때로 우리의 모습은 철저하게도 예수님을 배척했던 소작인들과 다름이 비슷할 때가 많습니다. 예수님은 어디 먼 다른 하늘에 계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예수님은 어쩌면 늘 우리와 함께 지내는 사람들, 부모 형제, 직장 동료, 친구들을 통해 다가오시는데, 우리가 그들을 기꺼이 받아들이지 않을 때 어쩌면 우리는 예수님을 배척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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