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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여고 범생들(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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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우진 쪽지 캡슐 작성일2002-06-11 조회수2,410 추천수23 반대(0) 신고

청소년들의 수련회를 지도하다보면

일명 "범생"들이 있다.

 

일단 말수가 적고,

내가 무언가를 설명하는 동안

전혀 미동도 하지않고 나를 빨아들일 듯이 바라보고 있는 이들.

복도에서 나를 만나면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지만

인사라고 하는 것에 기본적으로 담겨 있어야 할

미소가 빠져 있음을 보게 된다.

 

왠지 훈련되고, 경직되어 있고

물론 모든 "범생"들이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난 오히려 그런 아이들보다

다른 부류의 "범생"들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의 말에 진정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

즉, 울기도하고, 화내기도 하고, 자지러질 듯 웃기도 하는 그런 아이들 말이다.

운동장에서 어떤 아이가 다치면 왠지 호들갑을 떠는 듯하지만

마음 하나가득 친구를 걱정해주는 모습.

어쩌면 이 시대에 청소년들은 이런 부류의 범생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어져 가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요 몇일 동안 경기도에 소재하고 있는 모 여자상업고등학교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그 지역에서는 성적 순으로 해서는 마지막으로 가는 학교라는 말을 들었다.

사실 그 아이들은 나의 이야기를 20여분 정도도 집중해서 듣지 못한다.

연습이 안되어 있음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 안에서

난 가끔 후자에 해당하는 "범생"의 모습을 보게 된다.

17살 소녀같은 그런 천진하고 순수한 모습, 때론 철없어 보이고

조금은 투박하지만 왠지 사랑스럽게 느껴졌던 그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과연 어떤 아이들이 참 다운 청소년들의 모습일까? 하고 묻게 된다.

 

오늘 복음 안에서 예수님은 계명을 지키고, 지키도록 가르치는 것이

중요함을 가르치신다.

 

교회 안에서도 열심히 활동을 하고

교회에서 가르치는 것들을 충실히 따르는 일종의 "범생"들이 있다.

하지만 때론 그들이 보여주는 "경직됨"은 왠지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들이 지키는 계명의 준수가 과연 진정한 것일까? 하고 의구심이 생기기도 한다.

 

그분이 가르치신 계명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사랑하라"는 것인데 말이다.

 

경직되고, 굳은 계명의 충실성을 넘어서,

다른 이들은 관대하게, 온유하게 포용해주는 사랑의 실천!

어쩌면 우린 그런 "범생들"을 필요로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난 과연 어떤 "범생"의 길을 걷고 있는지

아니면 그런 "범생"의 길과는 전혀 무관한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

나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겠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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