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한 템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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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2-06-12 | 조회수2,903 | 추천수32 | 반대(0) 신고 |
6월 13일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사제 학자 기념일-마태오 5장20-26절
"그러므로 제단에 예물을 드리려 할 때에 너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형제가 생각나거든 그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그를 찾아가 화해하고 나서 돌아와 예물을 드려라."
<한 템포>
언젠가 혼잡한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목격한 일입니다. 제가 타고 있던 칸에서 참으로 보기 민망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나이도 지긋한 두 사람이 처음에는 자리 문제로 서로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마침내 상대방의 멱살을 잡는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시피 다툼의 발단은 참으로 사소한 것입니다. 아무 것도 아닌 일에서부터 미움과 갈등이 시작됩니다. 그 미움은 증오를 낳고 증오는 복수심을 낳습니다. 복수심은 결국 행동으로 옮겨져 상대방에 깊은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은 사람은 또 다시 복수의 칼날을 갈게 됩니다.
처음에는 말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언성이 높아지면서 욕이 튀어나옵니다. 그 욕은 자연스럽게 주먹으로 연결됩니다. 한 대 얻어맞아 코피가 터진 사람은 부엌으로 뛰어들어가 연탄집게를 들고 나오는가 하면 연탄집게에 한 대 얻어맞은 사람은 야구방망이를 들고나올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 마음 안에 긷든 복수심, 특히 "내게 해를 끼친 사람은 반드시 몇 곱절로 앙갚음하고야말겠다"는 증오심을 잘 파악하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을 통해서 관계 안에서 문제가 생길 때는 얼른 한발자국 물러서라도 당부하고 계십니다. 가능하면 소원해진 관계를 오래 끌지 말고 빨리 화해하라고 요청하십니다.
언젠가 한 교도소 강당에서 재소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할 때였습니다. 강당 뒤편에는 재소자들이 늘 마음속에 간직하고 살라고 이런 표어 하나를 큰 글씨로 써 붙여놓은 것을 보았습니다.
"욱하는 마음 이제 그만"
사실 성인(聖人)과 죄인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마음 한번 크게 먹고 한번 참을 때, 바로 거기서부터 인격이나 성덕, 지혜가 싹트기 시작합니다.
공동체 생활 안에서 상처는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공동체 구성원들은 그 상처 앞에 너무도 나약합니다. 상처를 극구 회피합니다. 상처를 두려워합니다. 상처받기를 싫어합니다. 상처 주기를 죽기보다 싫어합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상처야말로 은총입니다. 상처를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에게 상처는 더 이상 상처가 아니라 치유와 성장을 위한 묘약입니다.
관계 안에서의 갈등이나 상처가 다가올 때 그 순간은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순간임을 명심하십시오. 그 상처는 우리의 영적 성장을 위한 하느님의 선물임을 명심하십시오. 더 없는 기쁨으로 받아들이십시오.
상처 앞에 절대로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마십시오. 무조건 한 템포 늦추십시오. 결코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마십시오. 논리적으로 생각하십시오. 상황을 보다 객관화시키고 일반화시켜서 바라보십시오. 상대방의 상황을 한번 고려해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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