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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돌덩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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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2-06-23 조회수2,101 추천수19 반대(0) 신고

6월 24일 월요일-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루가 1장 57-66절

 

"아기는 날로 몸과 마음이 굳세게 자라났으며 이스라엘 백성들 앞에 나타날 때까지 광야에서 살았다."

 

 

<돌덩어리>

 

시골에 사는 사람들에게 여름은 많은 걱정거리를 안겨줍니다. 갖은 종류의 전염병, 지독한 모기, 살인적인 더위 등등. 그런데 이런 것보다 더 걱정되는 일이 바로 집중호우입니다.

 

어느 해인가 집중호우로 많은 인명피해를 당하는 등 슬픈 일들도 많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재미있는 일이 한가지 생겼습니다.

    

남녘지방, 깊은 산골 외딴집에서 사시던 한 연로한 부부의 집에서 생긴 일이었는데, 이분들 집이 야산 바로 밑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비가 많이 오다보니 지반이 약해지면서 6톤 정도 되는 큰 바위 하나가 굴러 내려와 이 집을 덮친 것입니다. 다행히 그 위험했던 순간 두 분은 마실을 가 계셨기에 극적으로 화를 면했습니다.

 

두 분이 집으로 돌아와 보니 난리가 나 있었습니다. 그 큰 바위가 데굴데굴 굴러 담을 부서트리고 정확하게 할아버지 할머니가 주무시는 안방 한가운데 멈춰서 있었습니다. 바위가 안방을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바위를 방밖으로 밀어내려고 사람들을 불러모았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큰 기중기를 불러야하는데, 길이 여의치 않아 그것도 불가능했습니다.

 

어떠한 해결책도 없음을 알게 된 할아버지 할머니는 그 바위에게 안방을 내주고 건넛방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 달쯤 지나고 나서부터였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갖다놓은 것처럼 반듯하게 안방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이 바위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구경꾼들이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고 3 수험생들을 둔 학부모들도 모여왔습니다. 매일 수십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이 바위를 찾아와 정성껏 바위를 향해 절하고 소원을 빌고 간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 할아버지 할머니는 하루아침에 팔자를 고치셨습니다. 바위 앞에서 무릎꿇고 소원을 빌고 난 사람들이 그냥 가겠습니까? 복채를 듬뿍듬뿍 바위 앞에다 놓고 가는 바람에 용돈걱정은 전혀 없이 사신다고 합니다.

 

바위가 안방을 덮쳤을 때 두 분의 걱정은 태산 같았습니다. 바위에게 안방을 내주고 건넛방으로 쫓겨난 두 분의 심정은 비참했습니다. 그런데 그 미움 덩어리, 불행의 원인이었던 바위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복 덩어리로 바뀌었습니다.

    

행복 불행은 사실 상대적인 것이고 인위적인 것입니다. 사실 죽음의 고통 앞에서도 행복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좋아죽겠어야 할 상황 앞에서도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마음자세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즈가리야와 엘리사벳의 기구한 생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은 아인카림이라는 시골동네에 철저하게도 파묻혀 사셨던 한 평범한 촌로들이었습니다. 그 평범한 노부부가 위대한 예언자 세례자 요한의 부모가 되었습니다. 만민이 우러러 높이 받드는 대예언자의 부모가 되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잉태로 사실 즈가리야와 엘리사벳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 그 늙은 나이에 불러오는 배를 주체하지 못하던 엘리사벳의 난감했던 상황을 상상해보십시오. 그리고 그 세례자 요한으로 인해 벙어리가 된 즈가리야를 생각해보십시오.

 

어떤 면에서 세례자 요한은 부모에게 있어 난데없이 굴러 들어온 골치 아픈 큰 돌덩어리였습니다. 그러나 그 골치 덩어리를 한평생 끼고 고민하면서 하느님의 뜻을 찾았던 노부부를 하느님은 높이높이 들어올리셨습니다.

    

하느님은 이 노부부에게 하신 똑같은 방법을 우리에게도 적용하십니다. 자주 우리 삶 안으로 우리가 원치 않는 큰 돌덩어리를 굴려보내십니다. 우리의 성장을 위해서 그리고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말입니다.

 

원치 않는 돌덩어리가 우리 삶 안으로 굴러 들어올 때마다 그 돌덩어리는 결국 하느님으로부터 온 복덩어리임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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