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땜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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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2-07-09 | 조회수1,983 | 추천수24 | 반대(0) 신고 |
연중 제 14주간 수요일-마태오 10장 1-7절
예수께서 이 열두 사람을 파견하시면서 이렇게 분부하셨다. "이방인들이 사는 곳으로도 가지 말고 사마리아 사람들의 도시에도 들어가지 마라. 다만 이스라엘 백성 중의 길 잃은 양들을 찾아가라. 가서 하늘 나라가 다가왔다고 선포하여라."
<땜빵>
오늘은 일진이 별로 좋지 않은 날인가 봅니다. 오후에 한 구치소 세례 미사를 땜빵 해드리러 갔습니다. 오랜 준비 끝에 영세 대상자로 최종 선발된 형제들의 얼굴은 피로에 찌들고 삭은 제 얼굴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빛나 보였습니다. 미사 직전에 하얀 복사복으로 갈아입은 세 명의 형제들과 제가 나란히 서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대부를 서기 위해 오신 한 형제가 제 속을 긁었습니다. "신부님! 뭔가 잘못된 것 같아요. 저 형제들이 신부님보다 훨씬 성직자 같아 보이는데요?"
구치소에서의 미사는 제게 있어 참으로 감격적인 미사였습니다. 찌는 듯한 더위 속에 모두들 땀을 뻘뻘 흘리며 함께 봉헌했던 세례미사였지만 흘린 땀방울만큼이나 눈물도 따라 흐르던 미사였습니다.
그렇게 진지한 태도의 세례자들은 처음이었습니다. 마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드리는 미사처럼 온몸과 마음을 다해 미사에 몰두하는 세례자들의 모습 앞에 저는 부끄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저 의무감에서 때로 습관적으로, 많은 경우 해치우는 식으로 미사를 드렸던 제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세례자들의 교리를 지도하셨던 한 수사님의 당부말씀은 아직도 제 귀에 남아있습니다. "오늘 새로 태어나시는 형제 여러분, 두 가지만 기억하십시오. 먼저 여러분은 이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가장 사랑 받는 자녀들이 되었음을 기억하십시오. 여러분은 지금 구원에 가장 가까이 서 있는 사람들, 구원의 제 1차 대상자입니다. 또 한가지 당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앞으로 살아가시면서 단 한 명의 사람이라도 여러분들을 통해 하느님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느님의 자비를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십시오. 단 한 사람만이라도 하느님께 인도하십시오."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써 어떠한 방법으로든 하느님 나라를 선포해야할 사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각자가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은 달란트를 통해서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이웃에게 알려야 합니다. 그것이 말씀에 대한 봉사이든, 직접 몸으로 뛰는 봉사활동이든, 고통의 수용이든, 지속적인 기도이든 상관없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본질상 끊임없이 확장되어나가야 하는 나라입니다.
하느님 나라의 확장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도구가 바로 우리들의 입이며, 손이며 발임을 기억하는 오늘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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