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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2-07-10 | 조회수2,204 | 추천수23 | 반대(0) 신고 |
7월 11일 목요일 성베네딕토 아빠스 기념일-마태오 10장 7-15절
"전대에 금이나 은이나 동전을 넣어 가지고 다니지 말 것이며 식량 자루나 여벌옷이나 신이나 지팡이도 가지고 다니지 마라."
<출가>
오늘 저희 집에서는 참으로 은혜로운 행사가 한가지 있었습니다. 지난 6월 24일 오랜 양성기간을 마치고 사제로 서품된 세 명의 형제들의 감사미사가 봉헌되었습니다.
성당 지붕이 떠나갈 듯 울려 퍼지던 아이들의 성가, 적지 않은 세월 함께 살아오면서 미운 정 고운 정 다든 아이들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던 새사제들의 흐뭇한 얼굴, 존경과 부러움 가득한 얼굴로 새사제들을 바라보던 아이들의 모습...참으로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야간 개인지도 학습 시간이 끝난 후 한 친구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좀 드릴말씀이 있는데요." "얼마든지." "지난 번 세례 받을 때도 그런 마음이 조금 들었었는데, 오늘 신부님들 첫미사 봉헌하시는 것 보면서 ’나도 저렇게 살면 좋지 않겠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너무도 기쁜 나머지 저는 갑자기 말문이 다 막혀버렸습니다. "그래? 정말 좋은 생각이다. 우리가 팍팍 밀어줄테니 한번 노력해보자! 우선 8월에 있을 검정고시부터!"
아이 안에서 활동하시는 뚜렷한 하느님의 손길에 진심으로 감사드렸습니다. 일하시는 분은 하느님 그분이시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사랑을 거름 삼아 무럭무럭 성장한 아이가 우리와 함께 기쁨과 환희에 가득 찬 수도생활을 해나갈 그 날을 생각하니 벌써 가슴이 다 벅차옵니다.
오늘 베네딕토 아빠스 축일에 마태오 복음사가는 수도자들에게 무소유가 얼마나 중요한 덕행인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전대에 금이나 은이나 동전을 넣어 가지고 다니지 말 것이며 식량 자루나 여벌옷이나 신이나 지팡이도 가지고 다니지 마라."
베네딕토 성인의 출가(出家)와 관련된 일화는 무소유를 향한 성인의 결단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최종적인 목표가 하느님이어야 함을 깨달은 청년 베네딕토는 어느 날 모든 것을 청산하고 길을 떠납니다. 하직인사를 올리는 베네딕토에게 부모는 "어디로 가려고" 하고 물었습니다. 베네딕토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인도해 주실 것입니다." 베네딕토는 하느님만 믿고 무작정 길을 떠났던 것입니다.
한참을 가다보니 베네딕토의 유모가 조그만 보따리를 들고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유모, 왜 따라오세요?" "도련님, 하느님의 뜻인가 봅니다. 나무라지 마세요." "하느님께서 저를 염려해 주셨군요."
"도련님은 좋은 집과 많은 재산을 다 버리고 어디로 가시려는 겁니까?" "욕심을 버리고 하느님만 생각하며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수비아코의 한 동굴로 들어간 베네딕토에게 하느님의 백배의 상을 내리십니다. 베네딕도를 따르는 수많은 수도자들이 베네딕토와 더불어 기도와 절제와 일을 통해 기쁘게 하느님을 찬양하게 되었습니다. 수비아코는 물론 몬테 카시노 등 수많은 대 수도원이 건립되고, 보다 엄격히 쇄신된 수도규칙들이 제정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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