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Ora et Labora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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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인옥 | 작성일2002-07-11 | 조회수1,716 | 추천수13 | 반대(0) 신고 |
성 베네딕토 아빠스 기념일 (7/11) 독서: 호세 11,1-4. 8-9 복음: 마태 10,7-15
성 베네딕토를 교황 비오 12세는 ’유럽의 아버지’라 불렀고, 교황 바오로 6세는 ’유럽의 대부와 천상의 수호자’라고 불렀다. 성인이 이루어놓은 수도회헌은 유럽을 만들고, 오늘의 서방세계를 이룩한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총 73장으로 꾸며진 성인의 수도회헌은 금욕적인 생활과 기도, 공부, 일등 독신생활을 하는 이들의 삶을 규정하고 원장의 역할을 규정하는 등 공동체적 특성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이후 이 회헌은 서방 교회 수도 생활의 기초와 중심이 되었다.
성인은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났으나 문화적으로 찬란한 시대에 오히려 도시 생활의 혼란과 방종에 환멸을 느끼고 삼년 동안 동굴 속에서 은수 생활을 하였다. 그 때 많은 제자들이 찾아오기 시작하여 영성적 사부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베네딕토의 성공과 명성에 대해 질투하고, 청결하고 엄격한 수도규칙을 받아들이지 못하던 사람들은 성인을 살해하려고 하였다. 성인은 이교도가 있었던 남쪽으로 이주하여 그 마을 작은 산 위에 수도원을 세웠다. 이것이 유명한 몬테가시노 수도원이다.
베네딕토회 수도자들의 생활신조가 되는 "Ora et Labora"(기도하며 일하라)는 기도와 일에 대해 균형있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이것이 어찌 베네딕토회 수도자들만의 생활 신조여야하겠는가?
오늘 독서에서 호세아 예언자를 통해 하느님은 인간을 향해 목메이게 사랑을 갈구하신다. 인간이 하느님의 사랑을 갈구해야 하는데 하느님이 인간의 사랑을 갈구하시는 것이다.
"내 아들 이스라엘이 어렸을 때, 너무 사랑스러워, 나는 이집트에서 불러내었다. 그러나 부르면 부를수록 이스라엘은 나에게서 멀어져만 갔다."
휘황찬란한 네온싸인에 눈이 멀고 요란한 싸이키데릭에 귀가 멀어 부모의 애절한 간청을 뿌리치고 놀아나는 탕자들처럼, 부르면 부를수록 멀어져만 가는 자녀들이 바로 우리인 것이다. 분명 홍등가나 밤업소에서 마주치는 <일부> 타락한 사람들에 국한된 모습만은 아닐 것이다.
복음은 제자들을 파견하며 하늘나라가 다가왔다고 선포하라 이른다. 앓는 사람 고쳐 주고 죽은 사람 살려주고, 나병환자 깨끗이 낫게 해주고 마귀는 쫓아내며 이 마을 저 도시로 찾아 다니라 한다. 정말 돌보고 가르치고 위로해줄 많은 일들이 기다릴 것이다. 모두 다 시급하고 바쁜 일들 천지일 것이다.
교회 안에서 일을 맡다보면 한 행사가 끝나면 또 한가지, 하나의 일이 끝나면 기다리고 있다는 듯이 또 하나가 맡겨진다. 그러나 그 모든 일이 다 중요한 것이긴 하지만 자칫 일에 쫓기다 보면 내 마음의 평화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심지어는 신앙마저도 흔들흔들 하게 되는 것이다.
"그 집이 평화를 누릴 만하면 너희가 비는 평화가 그 집에 내릴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그 평화는 너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평화가 없는데 어떻게 남에게 평화를 줄 것이며, 자신의 신앙마저 흔들거리는데 어떻게 온전한 신심활동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느님이 부르시는 애절한 사랑 노래를 먼저 듣는 시간, 하느님과 사랑을 나누는 긴밀한 시간보다 더 우선하는 것은 없다. 세상은 내가 없어도 다 돌아간다. 하느님의 일은 내가 꼭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이 사실을 모르고 모든 일에 덤벼드는 사람도 많고, 이 사실을 악용하며 일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고 뒷짐지고 있는 사람도 많다.
Ora et Labora! 기도하고 일해야 한다. 일하고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Ora et Labora! 기도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일도 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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