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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수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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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2-07-22 조회수2,315 추천수24 반대(0) 신고

7월 23일 연중 제 16주간 화요일-마태오 12장 46-50절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다."

 

 

<수모>

 

복음서에 나타난 마리아와 관련된 기사들을 종합해볼 때 마리아는 무척이나 생각이 깊고 신중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강단이 있고 용기가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한번은 마리아의 친척들이 마리아를 찾아와 호들갑을 떱니다. "마리아! 큰 일 났네! 큰 일 났어! 예수가 지금 미쳐도 단단히 미쳐버렸네. 지금 안 그래도 정치적으로 상황이 안 좋은데, 이대로 놔뒀다가는 큰 일 나겠어! 빨리 가보세! 얼른 가서 데려와야겠네. 무당을 불러 굿이라도 한 판 하든지, 의사한테 보이든지 해야 되겠어!"

    

친척들로부터 아들 예수에 대한 근황을 전해들은 마리아도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기에 길을 나섰습니다. 근심 가득한 얼굴로 예수가 머물고 있는 집 문 앞에 선 마리아는 차마 집안까지 들어가지는 못하고 사람을 시켜 예수를 부릅니다.

    

"여보시오! 우리 아들 예수 좀 불러주시오!" 예수님의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 들어가 예수님께 어머니와 친척들이 문 밖에 와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통 머리가 제대로 박힌 사람이라면 어떻게 합니까? 몇 일 집에도 안 들어 갔겠다. 적어도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일단 밖으로 나올 것입니다. 그리고 적어도 어머니한테 미안하다고 해야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예수님은 어떻게 처신합니까? 얼굴도 내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한다는 말은 더욱 가관입니다. "누가 내 어머니요 내 친척이란 말인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사람만이 내 어머니요 내 형제요  내 친척이다."

    

보통 어머니 같았으면 당장 뛰어들어가서 그랬을 것입니다. "자네가 아무리 메시아라고 하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할 것 아냐? 메시아에 앞서 먼저 인간이 되야지? 네 엄마가 하도 걱정이 되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가 이까지 너를 찾아왔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 당장 밖으로 안나와?" 그랬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그런 인간적 수모를 당하면서도 침묵했습니다. 마음에 간직했습니다. 그리고 예수가 한 말을 곰곰이 되새기며 하느님의 뜻을 찾기 시작합니다.

 

이런 식으로 마리아는 예수로부터 야기된 모든 이해하지 못할 사건들, 깊은 상처들, 고통들을 마음 속 깊이 간직했습니다.

    

한두 번이 아니라 한 평생 예수님으로 인한 숱한 상처들을 신앙으로 이겨내면서 한 걸음 한 걸음 고통스런 신앙의 길을 걸어가셨습니다.

 

가슴을 비수처럼 찌르는 예수님의 말씀들을 인간적으로 해석하려하지 않고, 하느님의 시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고통스런 믿음의 길을 걸어가셨던 것입니다. 여기에 마리아의 위대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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