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19주간 월요일 말씀(에제 1, 2-5. 24-28; 마태 17, 22-27)

오늘 복음은 마태오에만 나오는 특이한 이야기이다. 성전세를 받으러 다니는 사람들이 베드로에게 와서 예수께서 성전세를 바치시냐고 묻는다. 베드로가 바친다고 대답하고 집으로 들어갔더니 예수께서 세금을 바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하느님의 아들인 당신은 성전세를 낼 필요는 없지만 사람들과 마찰을 일으킬 필요가 없기 때문에 내신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다에 가서 낚시질에 걸린 물고기의 입 속에 들어있는 은전으로 당신과 베드로의 성전세를 내라는 특이한 명령을 내리신다.

마태오 복음이 기록된 시기는 기원후 80-90년대로 이미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이후이다. 그러나 로마제국은 유다인들에게 성전세를 그대로 거둬 자신들의 신전(Jupiter)에 바쳤던 것이다.

그러니까 이 대목은 마태오 복음서가 기록될 당시의 문제 즉 ’그리스도인이 된 유다인들도

이 세금을 바쳐야 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 물음을 예수님께 직접 묻지 않고 ’베드로’에게 물었다는 사실은 바로 초대교회가 당면했던 까다로운 현실적 문제들의 해답을 이제는 베드로라는 <교회의 대표자>가 대답해야 된다는 의미이다.

예수께서는 문제의 근본적인 입장과 현실적인 해결책이라는 두가지 관점에서 해답을 주고 있다. 당신은 하느님의 아들이며 당신을 따르는 그리스도인들도 더 이상 주종 관계처럼 부역의 의무가 없는 자녀의 입장으로서 자유롭다는 근본 입장을 먼저 밝히신다. 그러니 성전세는 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성전세를 내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동족들 속에서 불필요한 불화가 싹틀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마태오 복음서가 쓰여질 당시에는 이미 성전이 파괴되어 낼 필요가 없는 것이 근본입장이지만, 그래도 유다인들과의 형제적 사랑에서 필요없는 오해와 분쟁을 멀리하기 위해 지불하고 있다는 말인 것이다. 이는 후에 그리스도인이 유다인 회당에서 축출되고 호적에서 이름을 박탈당해 완전히 서로 갈라져 나가기 전까지, 교회 공동체에서는 그들과 될 수 있는 한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가르침으로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낚시에 낚인 고기의 입을 열어보면, 그 속에 예수님과 베드로의 성전세로 쓸 은전이 들어있다는 기이한 이야기로 17장은 막을 내리며, 곧 이어 교회 공동체에 주시는 긴 설교(18장- 공동체 설교)로 이어진다. 간혹 복음서의 배열도 잘 살펴보면 중요한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베드로는 16장에서 교회의 수장이 되었다.(16,17-19) 그리고 교회 공동체에게 주시는 설교 말씀(18장) 전에 있는 이상한 이 대목은 앞으로의 교회에서의 베드로와 당신의 연대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이 안 계신 세상에서는 성전세의 문제와 같은 현실적인 일들이 무수히 벌어질 것이다. 그 때마다 최종적인 판단을 내릴 책임자는 베드로가 될 것이며, 예수께서는 그 베드로의 결정에 운명을 함께 할 것임을 암시하는 말씀인 것이다.

엄청난 신뢰가 아닌가? 사탄이라 호통을 치셨고 심심하면 엄벙덤벙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겁쟁이 실수 투성이 베드로에게 인감도장을 모두 맡기시겠다는 분이 하느님인 것이다. 교회의 수장에게만 그런 대접을 하시겠다는 말인가?

베드로는 제자들의 대표를 상징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내가 그분의 제자로 살아가기만 한다면 나도 그렇게 믿어주시겠다는 것이 아닌가?

그리스도인으로 살아나가며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려 할 때마다 근본적인 입장은 언제나 예수님의 가르침에 근거를 두어야 하고, 다음은 형제애를 바탕으로 현실적으로 응용해 나가갈 때 그분은 나의 결정도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시겠다는 말씀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