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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해결사 엘리사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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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2-08-15 조회수1,991 추천수26 반대(0) 신고

8월 15일 목요일 성모승천대축일 루가 1장 39-56절

 

"모든 여자들 가운데 가장 복되시며 태중의 아드님 또한 복되십니다. 주님의 어머니께서 나를 찾아 주시다니 어찌된 일입니까? 문안의 말씀이 내 귀를 울렸을 때에 내 태중의 아기도 기뻐하며 뛰놀았습니다. 주님께서 약속하신 말씀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으셨으니 정녕 복되십니다."

 

 

<해결사 엘리사벳>

 

언젠가 한 여학생을 수녀님들이 운영하고 있는 "미혼모의 집"에 데려다 준 적이 있었습니다. 비록 한 순간의 실수로 덜컥 아이를 가졌지만 선생님들의 충고에 따라 미혼모의 집에 가서 아이를 낳겠다던 아이가 참으로 기특해 보였습니다.

 

저를 더욱 감동시킨 것은 미혼모의 집에서 일하시는 수녀님들이 모습이었습니다. 미혼모의 집 대문에 붙어있는 초인종을 누르기 전까지만 해도 아이는 잔뜩 주눅이 들어 긴장해있었는데, 대문에서 아이를 맞이하신 수녀님은 그런 분위기를 일순간에 바꿔놓으셨습니다. 마치 친정어머니가 딸을 맞이하는 듯한 얼굴, 따뜻한 목소리로 "그래, 잘 왔다. 힘들겠지만 <내 집이다> 생각하고 편히 지내거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굳이 수녀님의 그런 자상함이 아니더라도 그곳에서 출산을 기다리고 있는 다른 아이들의 표정이나 자연스런 분위기를 통해서 아이들이 참으로 환대 받고 존중받으며 살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내 집이다" 생각하라던 말씀이 그저 인사치레로 하는 말씀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성모님과 엘리사벳이 상봉하는 장면을 묵상하면서 그때 미혼모의 집 대문에서 한 가냘픈 여학생을 따뜻이 맞이하시던 수녀님이 떠올랐습니다.

 

유다 문화 안에서 미혼모는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마치 징그러운 벌레라도 보는 듯한 사람들의 시선, 철저한 소외와 지독한 낙인, 극도의 긴장과 부담, 스트레스...등등이 가녀린 한 산골소녀 마리아가 견뎌내야 할 몫이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너무도 큰 소용돌이 속에 휩쓸려 지칠 대로 지친 마리아는 친척 엘리사벳을 찾아갑니다.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초췌해진 몰골로 힘없이 들어서는 마리아가 참으로 가엾어 보였지만 이미 영적인 삶에로 들어섰던 엘리사벳이었기에 영적인 눈으로 마리아를 바라봅니다. 마리아 안에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성령을 발견한 엘리사벳은 큰 소리로 마리아의 잉태가 절대로 부정한 행실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장엄하게 선포합니다. 마리아의 잉태는 성령으로 인한 것임을 확증하는 노래를 부릅니다.

 

모든 사람들로부터 의혹의 눈길을 받아오던 마리아, 그래서 잔뜩 의기소침해있던 마리아는 자신만이 알고 있는 신비스런 비밀을 이해해준 엘리사벳의 격려와 지지를 받고 크게 기뻐합니다. 엘리사벳의 이런 위로는 답답했던 마리아를 다시금 새출발하게 하는 가장 큰 힘이 되었습니다. 마리아는 힘겹기 그지없지만 다시 한번 용기를 냅니다. 앞으로 걸어야할 길이 고달프고 막막했지만 주님과의 십자가 길을 힘차게 내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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