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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제로서 투명한 삶을 꿈꾸며(연중 21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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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2-08-25 조회수3,997 추천수42 반대(0) 신고

 

 

2002, 8, 26 제21주일 월요일

 

 

마태오 23,13-22(율사들과 바리사이들에게 불행을 선언하시다)

 

불행하도다, 너희 율사와 바리사이 위선자들아! 너희는 사람들 앞에서 하늘나라를 닫아 버렸다. 사실 너희가 들어가지 않을 뿐더러 들어가려는 사람들마저 들어가도록 가만두지 않는구나.

 

불행하도다, 너희 율사와 바리사이 위선자들아! 너희는 개종자 하나를 만들려고 바다와 육지를 돌아다니다가 개종자가 생기면 그를 너희보다 갑절이나 못된 지옥의 아들로 만들어 버린다.

 

불행하도다, 너희 눈먼 길잡이들아! 너희는 말하기를 '누가 성전을 두고 맹세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누가 성전의 황금을 두고 맹세하면 그대로 지켜야 한다'고 하는구나. 어리석고 눈먼 자들아, 어느 것이 더 중하냐? 황금이냐 아니면 황금을 거룩하게 하는 성전이냐? 또 (너희는 말하기를) '누가 제단을 두고 맹세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누가 제단 위의 예물을 두고 맹세하면 그대로 지켜야 한다'고 하는구나. 눈먼 자들아, 어느 것이 더 중하냐? 예물이냐? 아니면 예물을 거룩하게 하는 제단이냐? 사실 제단을 두고 맹세하는 사람은 제단과 그 위의 모든 것을 두고 맹세하는 것이다. 그리고 성전을 두고 맹세하는 사람은 성전과 그 안에 사시는 분을 두고 맹세하는 것이다. 하늘을 두고 맹세하는 사람은 하느님의 옥좌와 그 위에 앉아 계시는 분을 두고 맹세하는 것이다.

 

 

 

사제로서 가장 편안한 만남은 동료 사제들과의 만남입니다. 아니 어쩌면 사제들과의 만남이 가장 편안한 만남일 수밖에 없도록 안팎의 여건이 강요하는지도 모릅니다.

 

왜 사제로서 사제들을 만나는 것이 가장 편할까요? 단지 같은 길을 걷기 때문에, 같은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단지 이런 이유만은 아닙니다.

 

사제들의 삶, 겉으로 보기에는 모든 것이 드러나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많은 부분 감추어져 있습니다. 비단 사제들의 삶만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지요.

 

사제는 말이나 생각, 그리고 행동에서 많은 부분을 감추도록 강요당합니다. 사제는 자의든 타의든 많은 부분을 감추어야 합니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살면 믿는 이들이 상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다 드러내면 자칫 의도하지 않았던 분열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면 교회의 누가 될 수 있습니다.

 

신자분들을 만나면 참 조심스러워집니다. '혹시나 나 때문에...' 하는 마음이 들곤합니다. 이런 저런 응어리들을 내 자신 안에 꼭꼭 감춥니다. 그리고 친하게 지내는 동료 사제들에게 풀어놓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하고, 욕도 해대고, 자신의 부족하고 못난 모습들 부끄럼없이 벌려놓습니다.

 

그래서 사제는, 어찌보면 위선자입니다. 적어도 제 자신은 위선자입니다. 일상 생활 안에서 만나는 많은 믿는 이들이 바라보는 제 자신의 모습과는 다른 감추어진, 그래서 동료 사제들에게만 살짝 풀어놓는 추한 제 모습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감추는 것이 믿는 이들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싶기도 합니다. 사제를 향한 믿는 이들의 꿈과 사랑을 깨뜨릴 수는 없으니까요. 사제로서 감수해야 할 고통을 그대로 믿는 이들에게 전할 수는 없으니까요. 물론 자신의 수치스러운 부분을 감추려는 인간적인 추함이 자신을 감추는 근본적인 이유가 될 수밖에 없겠지만은...

 

아무리 그럴듯한 이유를 대더라도 겉과 속이 다르니 위선자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안타깝게도.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 참으로 수치스러운 이름이지만,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할 저의 이름입니다. 주님 보시기에, 믿는 이들이 보시기에, 동료 사제들이 보시기에 한 점 부끄럼없이 겉과 속이 똑같은 삶을 살고 싶은데... 언제나 그렇게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노력할 따름입니다. 한 사람의 사제로서 투명한 삶과 '다름'을 기쁘게 받아 안는 넉넉한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며...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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