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가을엔 좀더 기도하게 하소서(9/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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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상선 | 작성일2002-09-10 | 조회수2,452 | 추천수34 | 반대(0) 신고 |
그 무렵 예수께서는 기도하시려고 산에 들어가 밤을 새우시며 하느님께 기도하셨다. 날이 밝자 예수께서 제자들을 불러 그 중에서 열둘을 뽑아 사도로 삼으셨다(루가 6,12-13).
<가을엔 좀더 기도하게 하소서>
어쩌면 살아갈수록 강의와 강론이 힘들어지는지... 회의다 모임이다 피정지도다 수업이다 하며 갈수록 월중계획표가 지저분하고 복잡하게 변해만 가고 그 핑게로 기도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만 간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들은 가장 멋진 강의는 내가 청원자 어린 시절 때 어느 수녀님이 하신 강의였다. 그 수녀님의 강의는 나에게 뜨거운 감동을 주었는데 그 이유는 수녀님의 강의는 늘 기도로 준비된 강의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참으로 하느님의 말씀은 기도 안에서 준비되어 나와야만 하는 것임을 일찍이 깨달은 바 있다.
그런데 막상 세월이 흘러 내가 강단에 서야하는 일이 자꾸 생기면서부터 이 사실을 까마득히 잊어먹고 인간적인 노력과 준비에만 골몰하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참으로 주님 뵙기가 부끄럽기 짝이 없다. 주님께서는 그 누구보다도 사도직에 바쁘셨지 않은가? 수많은 병자들을 고쳐주고 제자들을 양성시키고 온 지방을 두루 돌아다니며 하느님 나라를 가르치고...
사실 우리가 바쁘다 바쁘다 하면서도 너무 엄살을 부리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예수님만큼 그렇게 바쁘게 하느님 나라를 위해 일하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그런 와중에서도 예수님의 말씀이 권위가 있고 그분으로부터 온갖 병자들을 치유시키는 권능이 있었던 비밀은 늘 하느님과 대화하셨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홀로 자신의 영광을 드러내시기 위해 이 일을 하신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늘 아버지와 함께 대화하면서 이 일들을 행하신 것이다. 특히 중요한 결정이나 일 앞에서는 <밤을 새워가며> 하느님께 기도하셨다.
오늘도 회의가 세 개나 있고 중요한 면담도 있고 수도원 월피정도 있다. 이러한 모든 일정이 내 마음을 분주하게 만들면서 일 처리에만 급급해서는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차분히 그분과 대화하면서 오늘 하루 나에게 맡겨주시는 일을 해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 이 가을엔 좀더 기도하면서 사도직에 임하자. 바쁘다 핑게 대지 말고 그분과 함께 대화하면서 일해 나가자. 그분이 나의 후견인으로서 든든히 나를 돌보아 주심을 기도안에서 체험한다면 걱정할 게 무엇이 있겠는가? 그분이 나를 통해서 당신 일을 하시겠기에 그분이 맡기시는 일을 기꺼이 흔쾌히 수행할 수 있으리라. 그 결과에 연연함이 없이...
아, 이 가을엔 좀더 기도하게 하소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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