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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부님, 또 주워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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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2-09-27 조회수2,726 추천수31 반대(0) 신고

9월 27일 금요일 성 빈첸시오 드 폴 사제 기념일-루가 9장 18-22절

 

"하느님께서 보내신 그리스도이십니다."

 

 

<신부님, 또 주워오세요?>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성 빈첸시오 드 폴(1580-1660) 신부님은 참으로 독특한 생애를 사셨던 분입니다. 사제가 되어 열심히 사목생활을 하시던 빈첸시오 신부님에게 한가지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한 부인이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전 재산을 빈첸시오 신부님에게 남기겠다는 유언을 하고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빈첸시오 신부님은 "안 그래도 저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게 왠떡이냐?"며 즉시 마르세이유를 향해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마르세이유에 채 도착하기도 전에 빈첸시오 신부님이 탔던 배는 해적선을 만나 빈첸시오 신부님은 가진 모든 것을 빼앗기고 노예 시장으로 팔려가게 되었습니다.

 

빈첸시오 신부님은 다른 노예들과 함께 대광장 노예판매대 위에 서게 되었습니다. "자, 여기 힘도 셀 뿐만 아니라 순하고 가격도 적당한 노예가 왔어요!" 노예 상인들은 신부님에게 다가와 옷을 벗겨 뼈를 만져보지 않나? 무거운 통나무를 들어 보라 하지 않나? 입을 벌리게 해서 이빨들이 제대로 붙어있나 검사해보지 않나? 사람 팔자 참으로 시간 문제였습니다.

 

도저히 믿기지 않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도 없는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일이 빈첸시오 신부님의 삶을 가로막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일은 빈첸시오 신부님께서는 한 마디 불평도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그 십자가를 꿋꿋이 견뎌나가셨던 것입니다.

 

어부에게 팔려간 빈첸시오 신부님은 발목에 무거운 쇠사슬을 찬 상태에서 매일 노를 젓고 그물을 쳐야했지만 묵묵히 그 일을 해나갔습니다. 돌팔이 의사에게 넘겨진 후에도, 다시 농부에게 팔려간 때에도 그저 말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 안에서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물론 그 열악한 상황 속에서 신부님을 지탱시킨 것은 신부님의 열렬한 기도였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극적으로 자유의 몸이 된 빈첸시오 신부님은 그 순간부터 더욱 고통받는 백성들을 향해 전적으로 투신하십니다. 특별히 파리에서 만난 드 베뢸 신부님의 지도하에 평생을 버림받고 가난한 이웃들을 위한 자선활동에 바칠 것을 약속합니다.

 

처절한 바닥을 체험하셨던 빈첸시오 신부님이셨기에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웃들에 대한 마음이 더욱 각별했습니다. 신부님은 길을 지나가다가도 불쌍한 사람을 만나면 도저히 양심에 찔려 그냥 지나치지를 못하셨습니다.

 

한번은 빈첸시오 신부님이 죄수선의 지도 신부로 사목하실 때의 일이었습니다. 발목과 팔목에 쇠사슬이 채워진 채 정신없이 노를 젓는 죄수들의 모습은 빈첸시오 신부님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았습니다. 죄수들의 생활상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쇠사슬에 닿은 피부는 벗겨져 항상 피가 흘렀습니다. 그들의 어깨와 등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채찍 자국들이 굵게 새겨져 있었습니다. 이마에는 죄수임을 표시하는 쇠도장이 찍혀있었습니다.

 

자신도 직접 몸으로 노예생활을 체험하셨던 빈첸시오 신부님이셨기에 그런 죄수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피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신부님은 잔인무도한 간수들을 타일러 매질을 못하게 했었고, 죄수들 앞에 무릎을 꿇어 그들의 상처를 일일이 치료해주었습니다. 한번은 어떤 부인의 간절한 청에 못 이겨 남편을 풀어주고 빈첸시오 신부님이 대신 복역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프란치스코 살레시오와 요안나 샹탈이 방문회란 수도회를 설립하고 나서 수도회 원장으로 빈첸시오 신부님을 초빙하였습니다. 그곳 원장으로 일하던 빈첸시오의 모습은 언제나 지극한 겸손 그 자체셨습니다. 빈첸시오 신부님은 죄수들을 방문할 때마다 늘 "나는 여러분 이상의 죄인입니다"하고 고백하던 겸손한 목자셨습니다.

 

빈첸시오 신부님은 언제나 자신이 한때 노예생활을 했던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습니다. 빈첸시오 신부님은 원장으로서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한때 자신이 이리저리 팔려 다니던 노예신분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셨습니다. 한때 자신이 무거운 쇠고랑을 손발에 차고 채찍을 맞아가며 노를 저었던 사람임을 늘 상기하셨습니다. 그런 고통스런 기억을 통해 늘 자신을 낮추고 늘 자신을 비워내던 겸손한 사제가 바로 빈첸시오 신부님이셨습니다.

 

빈첸시오 신부님은 이런 겸손을 바탕으로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최대한 친절을 베푸셨습니다. 흉년과 흑사병이 창궐하던 시절, 빈첸시오 신부님은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자선 기금을 마련하여 가난한 사람들을 도왔습니다. 빈첸시오 신부님은 밤마다 슬그머니 쓰레기장에 버려지던 수많은 갓난아기들을 수녀님들에게 맡겼습니다. 한 두 명도 아니고 매일 갓난아기를 들고 오시는 신부님의 모습에 한번은 수녀님이 화가 잔뜩 났습니다.

 

"신부님, 또 주워오세요?" 그 말을 들은 신부님은 걸음을 멈추고 잠시 생각하시더니 잠자코 발걸음을 돌리셨습니다. "도대체 아기를 안고 어디로 가실까?"하고 궁금증이 생겼던 수녀님이 몰래 신부님의 뒤를 밟았더니 신부님은 아기를 안고 자신의 침실로 들어가시는 것이었습니다. 수녀님은 깜짝 놀라서 "신부님, 용서해주세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 아기를 이리 주세요"하자 신부님은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괜찮아요. 내 방에서도 키울 수 있어요." 신부님은 아기를 더욱 꼭 안았습니다. 수녀님은 억지로 아기를 빼앗았습니다. 신부님의 눈에서도 수녀님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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