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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까운 만원짜리 봉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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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2-10-28 조회수2,844 추천수33 반대(0) 신고

10월 29일 연중 제30주간 화요일-루가 13장 18-21절

 

"하느님의 나라는 무엇과 같으며 또 무엇에 비길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이 겨자씨 한 알을 밭에 뿌렸다. 겨자씨는 싹이 돋고 자라서 큰 나무가 되어 공중의 새들이 그 가지에 깃들였다. 하느님의 나라는 이 겨자씨와 같다."

 

 

<아까운 만원짜리 봉헌금>

 

틈만 나면 제가 저희 아이들에게 "너희들 제발 이 형처럼만 살아라"고 강력 추천하는 저희 집 출신 기숙생이 한 명 있습니다. 12살 되던 1990년에 와서 2000년까지 저희 집에서 살았으니 청소년기의 대부분을 저희와 함께 착실히 보낸 모범생입니다.

 

단 한가지 머리가 잘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만 빼고 그렇게 착실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희 집에 있으면서 꾸준히 노력한 끝에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합격했고 목공기술을 열심히 배워서 지방기능경기대회까지 나가서 입상도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꿈에 그리던 취직을 했습니다. "너무 착해빠져서 남에게 이용만 당하면 어쩌나?"하고 걱정들이 대단했었는데, 직장에도 잘 적응했습니다.

 

안 그래도 많이 보고싶었던 아이가 수도원 미사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쓸데없이 돈 쓰지 말라"고 그렇게 일렀는데도 아이는 동생들과 선생님들을 위해서 아이스크림을 한 보따리나 사들고 왔습니다.

 

봉헌행렬 때의 일이었습니다. PC방에 가느라 봉헌금을 다 까먹어버려 봉헌하러 나가지 않는 주변의 동생들을 본 아이는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들었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천원짜리는 하나도 없고 만원짜리만 잔뜩 들어있었습니다. 짠돌이로 소문난 아이는 눈물을 머금고 몇 명의 동생들에게 봉헌하라고 만원짜리 하나씩을 건넸습니다. 영문도 모르고 꿈에서나 볼 듯 말 듯한 만원짜리를 하나씩 손에든 동생들은 남들 보는 눈도 있었기에 아쉬움을 접고 그 돈을 봉헌 바구니에 넣었습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다가 그때 당시의 흐뭇했던 정경이 떠올랐습니다. 10년 전 처음 저희 집에 도착했을 때의 그 꼬맹이 중에 꼬맹이가 그렇게 어엿한 한 청년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생각하니 기적이 따로 없었습니다. 당시 제일 키도 작았고 나이도 어렸기에 매일 형들에게 치여 고생하던 그 안쓰러워 보이던 아이가 그렇게도 건장한 젊은이가 되었다는 것이 너무도 신기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에 대해서 설명하십니다. "하느님 나라는 밭에 뿌린 겨자씨-육안으로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씨-가 자라서 큰 나무가 되는 것"과 비길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나날이 성장해 가는 아이들, 나날이 긍정적으로 변화되어 가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발견합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투자하는 노력은 사실 지극히 작은 것들입니다. 그러나 작지만 끊임없이 반복되는 우리의 노력에 하느님 은총의 손길이 더해집니다. 그리고 마침내 아이들 안에 긷든 그 무한한 가능성들이 꿈틀거리며 싹트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사실 아주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 누군가가 시작한 단 한번의 작은 선행이 밑거름이 되어 수많은 영혼들이 아픈 상처를 달랠 수 있는 안식처가 되는 기적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누군가가 던진 한마디 위로의 말이 생명을 불어넣는 보약이 되어 죽음의 길을 걸어가던 한 생명을 살려내고, 더 나아가 하느님 나라의 큰 일꾼이 되게 합니다. 한마디 격려의 말에 자극을 받은 아이가 하늘의 별이라도 따듯이 꿈을 이루는 것을 많이 봐왔습니다.

 

우리가 오늘 이 순간 쉽게 할 수 있는 한마디 격려의 말, 한번의 따뜻한 위로, 한번의 미소, 한번의 친절들은 바로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씨앗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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