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도림동성당 주신부님의 글 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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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성익 | 작성일2002-11-07 | 조회수1,580 | 추천수16 | 반대(0) 신고 |
교통경찰관 마르띠노형제
오래전일이었다.
춘천엘 다녀오는데 저쪽에서 싸이카 교통경찰관 아저씨가
차를 길옆에 세우라고 신호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아차 걸렸구나!
파아란 하늘, 이제막 붉고 노란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한 가을산, 굽이쳐 흐르는 강물과 어우러져
잔잔히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피아노, 바이올린 선율에
매료돼 넋을 놓고 달리다 그만 나도 모르게
과속을 한 모양이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죄를지어 그런지 검은 안경이 더욱 무서워 보인다.
그는 내게 다가와 거수 경례를 하면서
"선생님 과속하셨읍니다. 면허증 좀 보여 주세요" 한다.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 아저씨, 한 번만 봐 주세요" 했다.
그는 면허증의 사진을 가만히 드려다 보더니
"신부님이시군요?" 한다.
"예" 하고 답하면서 부끄러웠다.
그는 검은 안경을 벗으면서
"저도 천주교 신자입니다. 마르티노입니다." 라고
말하는데 무척 반가웠고 마음이 놓였다.
왜 반가웠을까요?...
교우니까 한 번 봐주겠지하는 마음 아니겠어요 ?...
"성당엔 잘 나가시나요?
직업이 이렇다 보니까 바빠서 성당에 못나간지
꽤 오래됩니다.
아, 그러세요? 앞으로는 잘나가시도록 노력하시고요
간혹 사정이 생겨 못나가시고, 근무하게될때는
주모경이라던지 간단한 기도라도 바치면서
주님의 자녀임을 늘 잊지 말고 고백하세요" 라고
일러주었다.
그상황에서도 그런말을 한걸보면
천상 나는 신부는 신부인가 보다,
그래, 이만하면 나도 꽤 괜찮은 신부겠지?
그아저씨는 고맙다고 하면서
"신부님, 여긴 위험하니
과속하지 마시고 천천히 가십시요.
오늘 제가 한 번 봐드렸으니 그대신 저를 위해서
보속으로 묵주기도 한 번 꼭 해 주세요.
하면서 크게 웃는다.
"아, 그렇게 하지요" 하면서
나도 신앙안에 한가족으로서 즐겁게 웃었다.
지금까지 나는 평신도들에게 보속을 준 일은 있지만
평신도 에게서 보속을 받아 보기는 난생 처음이다.
용서받는게 이렇게 시원하고 즐거운지 미쳐몰랐다.
다음엔 그러지 말고 잘해야지!
마치 장속에 갇혔다 풀린 새처럼
홀가분한 느낌이 들어 신나게 콧노래를 부르며
차속에서 그와 그 가정을 위해서 주의기도와 성모송을
큰 소리로 바치면서 돌아왔다.
우리는 영세와 동시에 "하느님의 자녀라" 는 뜻의 인호가
영혼에 새겨짐을 믿는다.
그러나 독실한 신자로서 생활을 하지않으면
그 인호는 어느새 세속의 먼지로 가려져
알아 보기도 힘들게 되겠지?.....
마치 교통 경찰관 아저씨가 내목에 두른, 신부 표지인
로만칼라를 보고 나를 봐주었듯이 우리가 이 다음에
하느님 나라에 갈때도 주님께서 나를 당신의 자녀로
쉽게 알아보고 받아 주실수 있도록 인호가
반짝반짝 빛나게끔 신자로서 열심히 갈고 닦으며
살아가야 되지 않겠는가?
지금도 간혹 그 길을 지나노라면 그때 생각이나
혼자 빙그레웃으며 오늘도 어느곳에선가
안전을 위해 수고하며 서있을 교통 경찰관
마르띠노형제와 그의 가정을 위해 기도 드린다.
"주님안에 즐거운 나날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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