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수고에 대한 찬사를(11/1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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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상선 | 작성일2002-11-12 | 조회수1,989 | 추천수26 | 반대(0) 신고 |
성 요사팟 주교 순교자 기념일
"여러분 가운데 어느 누가 밭갈이하고 양치는 종을 두고 있다면 그가 들에서 돌아올 때에 ’어서 와서 식탁에 자리잡아라’ 하겠습니까? 오히려 그에게 ’내 저녁부터 마련하여라. 그리고 먹고 마실 동안 너는 (허리를) 동이고 내 시중을 들어라. 그러고 나서 너는 먹고 마시거라’ 하지 않겠습니까? 그 종이 명령받은 대로 했다고 해서 주인이 그에게 고마워하겠습니까? 그처럼 여러분 역시 명령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도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저희는 해야 할 일을 했을 따름입니다’ 하시오."(루가 17, 7-10)
<수고에 대한 찬사를>
예수님의 말씀은 지당하신 듯이 보인다. 주인과 종의 관계 안에서 종은 늘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따름이다. 하지만 다르게도 생각해 본다. 어쨌든 종의 입장에서도 수고에 대해 찬사를 해 주는 주인과 수고에 대해서는 칭찬은 커녕 늘 잔소리만 해 대는 그런 주인 중에 어떤 주인을 더 잘 섬기겠는가? 나는 나의 수고에 대해 칭찬해 주는 그런 주인을 섬기겠다.
사실 우리의 문제는 우리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 주인과 종의 관계가 아니라든 데 있다. 위의 말씀이 자칫 잘못 적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우리는 마땅이 예수님의 말씀처럼 이 몸은 보잘것없는 종이라고 해야만 한다. 그렇다고 해서 복음의 말씀처럼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수고를 모르는 채 하시는 그런 주인은 아니시다. 그 누구보다더 우리의 수고를 더 잘 아시고 더 큰 축복과 은총을 하사하시는 그런 주인이시다.
수도공동체 안에서 또 가정공동체 안에서 어느 형제가 하루 종일 사도직으로 수고하고 왔는데 어디서 놀다가 이제 오느냐는 식으로 다른 형제, 특히 장상 형제가 생각한다면 그 형제는 얼마나 서글프겠는가? 남편이 직장에서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들어섰는데 마누라라는 사람이 밥줄 생각도 않고 당연한 일을 하고 와서 무슨 큰 일 하고 온 사람처럼 저러나 하고 생각한다면 남편은 또 얼마나 서글플까?
우리는 다른 사람의 수고에 당연한 수고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신부님이 성직자로서 그런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수사님, 수녀님이 그런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남편이 그런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내가 집안 살림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학생이 공부하고 시험보는 것은 당연하다! 청소부가 청소하는 것은 당연하다! 주방 아줌마가 식사를 준비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사고는 오늘 예수님이 가르치시는 말씀이 아니다. 오히려 역으로 우리는 그런 수고를 당연시 하지 말고 아낌없는 칭찬과 찬사를 보내주어야 한다. 그것이 하느님의 자세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일을 하고 난 사람 측에서는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인데요 하며 겸손해야 하는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오늘 수고한 내 식구, 내 형제들에게 <수고했어> 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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