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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려가는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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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2-12-16 조회수1,890 추천수19 반대(0) 신고

12월 17일 대림 제3주간 화요일-마태오 1장 1-17절

 

"아브라함의 후손이요, 다윗의 자손인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는 다음과 같다. 아브라함은 이사악을 낳았고 이사악은 야곱을, 야곱은 유다와 그의 형제를 낳았으며 유다는 다말에게서 베레스와 제라를 낳았다."

 

 

<내려가는 영성>

 

연세 많으신 대 선배 신부님이나 수사님들 앞에 죄송스런 표현이지만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면서 요즘 같은 추운 날씨에는 내적 갈등이 무척 커집니다.

 

저녁식사를 마친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신부님, 오늘 축구시합 한번 해요", "오늘은 다방구하러 꼭 나오세요", "오늘은 꼭 약속 지키세요" 다들 요구가 많습니다. 대답은 "응, 그래. 한판 붙자. 너도 꼭 나와!"라고 자신 있게 대답하지만 몸이 영 말을 듣지 않습니다.

 

점점 침침해지는 눈하며 점점 떨어지는 기동력이나 순발력하며, 나이 들수록 운동장에 나가는 것이 점점 부담스러워집니다. 어쩔 수 없이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운동장으로 나서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따뜻한 차 한잔", "편안한 소파", "TV 드라마"에 대한 유혹이 엄청납니다. 나이 들수록 아이들과 함께 산다는 것이, 아이들 사이로 육화된다는 것이, 살레시안으로 산다는 것이, 힘들겠다는 걱정이 앞섭니다.

 

그러나 일단 운동장 한가운데로 나서면 "그래, 나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지요. 살을 에이는 듯한 추위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뛰노는 아이들의 표정에서 천국을 느낍니다.  

 

그 운동장 안에서는 지난 시절의 아픈 기억이나 상처, 원망이나 슬픔은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은 어느새 가장 순수한 모습, 하느님께서 처음 창조하신 아름다운 얼굴로 돌아가 있습니다. 참으로 행복한 순간이지요. 살레시오 회원으로서 "내려가는 영성", "육화의 영성"을 실현하는 사람만이 맛볼 수 있는 기쁨입니다.

 

오늘 복음인 마태오 복음서는 네 복음서 가운데 첫 번째로 수록되어 있는 복음서인데, 이 첫 번째 복음서 가장 첫머리에 예수님의 족보가 장황하게 나열되어 있습니다. 복음서의 가장 첫머리에 예수님의 족보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마태오 복음사가의 의도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예수님의 철저한 인성을 강조하기 위해서가 아닐까"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초월자 하느님이면서도 철저하게 인간 세상으로 내려오신 육화의 하느님이십니다. 예수님은 신중의 신인 하느님이면서도 철저하게 인간의 조건, 인간의 모습을 지니고 이 세상을 살아가신 겸손의 하느님이셨습니다.

 

마태오 복음사가가 예수님의 족보를 그토록 중요시 여겼던 이유는 예수님이 근본도 없는 뼈대도 없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 아님을 밝히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예수님의 철저한 인성을 강조하고 있는 듯 합니다.

 

하느님이면서도 철저하게 인간으로 살아가셨던 예수님의 고충이 손에 잡힐 듯이 느껴집니다. 전지전능한 하느님께서 그 보잘것없고 부족한 인간들 앞에서 모욕을 당하시며, 사악한 인간들의 손에 넘어가 갖은 수모를 겪으셨습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기 위해 십자가형까지 기꺼이 수용하신 예수님의 모습에서 육화의 영성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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