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벙어리 수사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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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2-12-17 | 조회수2,363 | 추천수38 | 반대(0) 신고 |
12월 18일 대림 제3주간 수요일-마태오 1장 18-24절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의 천사가 일러 준 대로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였다."
<벙어리 수사님>
침묵과 은둔의 생활을 무척이나 사랑하시는 수사님 한 분을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냅니다. 몇 년에 한번이나 만날까 말까 하지만 수사님은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조용히 그리고 주의 깊게 제 말을 들어주시고 고개를 끄덕여주시고는 그만입니다.
수사님이 몸담고 계시는 수도회의 다른 수사님들 사이에서도 그 수사님의 침묵은 유명합니다. 특히 누군가가 다른 사람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거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수사님은 그 순간부터는 즉시 벙어리가 됩니다. 거기에 대해서 전혀 동조하지 않으십니다.
수도 공동체 생활을 하면 할수록 더욱 필요한 노력이 언어구사에 있어서의 신중함, 과묵함, 진지한 침묵, 결점을 덮어주기와도 같은 노력임을 절실히 깨닫습니다.
제 하루의 삶을 분석해보면서 남 이야기하는데 너무도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우리가 이웃들의 긍정적인 측면이나 장점을 인정해주기 보다는 이웃을 "까는"데 습관화되어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요셉이 보여준 삶의 스타일은 얼마나 듬직하고 믿음직스러운 것인지요. 자신에게 들이닥친 엄청난 손해에도 불구하고 요셉은 침묵합니다. 침묵 중에 자신에게 다가온 사건을 나름대로 분석하고 그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아갑니다. 우리처럼 절대로 떠벌리는 일이 없습니다.
요셉이 얼마나 침묵을 사랑했던지 복음서 안에서 요셉은 거의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그저 하느님께서 명령하시는 대로 한치의 오차도 없이 묵묵히 따를 뿐입니다. 여기에 요셉의 위대함이 있습니다.
요셉은 침묵으로 인해 위대한 사람이었습니다. 성서 전반을 통해 유추해볼 수 있는 요셉의 이미지는 고지식하지만 조용히 하느님의 말씀을 명상하면서 침묵의 길을 걷던 사람입니다.
또한 요셉은 언제나 듣는 사람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요셉을 향해 명령하실 때마다 그는 언제나 즉각적으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하느님 말씀에 대한 전폭적이고 일관된 수용 그것이 바로 요셉의 삶이었습니다. 요셉의 일생은 뚜렷한 이정표나 계획이 없었던 여행이었기에 고달팠고 피곤했었습니다.
하느님 언약이 빨리 이루어지지 않은데 대한 실망으로 요셉의 삶은 무척 힘겨웠을 것입니다. 마치 우리의 성소여정처럼 말입니다. 하느님의 언약이 보다 가시적이지 않고 구체적이지 않음으로 인해 답답해했고 지루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셉은 하느님 말씀에 대한 끊임없는 기대와 그분께 의탁하는 삶으로 일관했습니다. 걷기 성가신 캄캄한 밤길을 오직 하느님만 바라보며 길 떠났던 여행길이 바로 요셉의 길이었습니다.
"침묵을 사랑하십시오. 침묵 속에 머무는 사람만이 하느님을 뵐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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