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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탄절 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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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2-12-23 조회수2,299 추천수24 반대(0) 신고

12월 24일 화요일 예수성탄 대축일 전야미사-마태오 1장 1절-25절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성탄절 특사>

 

오늘 오후에는 한 교도소 교도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신부님, 내일 24일 **아버지 성탄절 특사로 출소하시는 것 아시죠? 꼭 와주셔야 되는데..." 드디어 출소한다는 말에 너무 기뻐서 일단은 용감하게 대답했습니다. "예, 꼭 가야죠. 그 동안 여러모로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그러나 수화기를 내려놓고 나니 은근히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계속된 강도 높은 성탄 판공성사로 많이 지쳐있었기에 "내일만큼은 조용히 쉬면서 성탄을 준비하고 싶었는데...그리고 성탄이라고 손님들도 몇 분 오실텐데..."하는 생각에 약간 억울한 생각이 스며들었습니다. 더구나 교도소는 엄청 멀고, 출소하실 분은 마땅히 갈곳도 없는 데다 병세까지 중해서 뒷수습까지 해야될 상황이었습니다.

 

혼자서 투덜투덜되면서도 "출소하면 어떤 방법으로 도와드려야 하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중에 한 해결사 수녀님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 수녀님의 열정적인 삶에 비해 제 삶은 얼마나 초라해 보이던지요?

 

그 수녀님은 오랜 기간 병원에서 사목을 하셨던 베테랑 수녀님이셨습니다. 병원 운영 전반을 꿰뚫고 계신 수녀님, 병원의 한계를 잘 알고 계셨던 수녀님은 은퇴하신 후 주로 더 이상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환자들의 해결사 노릇을 자처하셨습니다. 삶의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의지 가지 하나 없는 노인들,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백방으로 뛰어다니면서 숱하게도 구해내셨습니다.

 

또 다시 성탄입니다. 인간을 향한 하느님 사랑의 가장 구체적인 표현인 육화강생(肉化降生)을 기억하는 시기입니다. 성탄의 핵심은 결국 사랑입니다. 사랑이란 말은 우리가 너무도 상습적으로 써먹는 단어, 눈만 뜨면 외치는 단어이면서도 그 정확한 의미를 잘 모르고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진정한 의미의 사랑은 유별나거나 거창한 그 무엇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요란스럽게 갖은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표현할 것도 아닙니다.

 

진정한 사랑은 보다 구체적인 그 무엇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우선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향해 먼저 다가서는 일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더 이상 아무런 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일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비록 오늘 우리가 행하는 자선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보일지라도 하느님께서 활동하실 순간을 기다리며 꾸준히 선을 행하는 일입니다.

 

"오늘의 묵상" 가족 모든 분들께 성탄인사 올립니다. 참으로 부끄럽고 부족한 글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혹시라도 지나친 표현, 적절치 못한 표현으로 마음을 상하게 해드린 일이 있다면 진심으로 용서를 청합니다.

 

이 은혜로운 성탄시기, 우리와 가장 가까이 지내기에 소홀하기 쉬운 우리 가족이나 직장 동료, 이웃들을 가장 소중한 선물로 받아들이는 회개의 때, 그들과의 묵은 관계를 다시 한번 청산하고 처음으로 돌아가는 화해의 때, 그들과 함께 기쁜 마음으로 새출발하는 은총의 시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웃들 안에 늘 새롭게 탄생하시는 아기 예수님을 정성껏 경배하는 축복된 성탄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아이들과 수사님들과 함께 드리는 성탄 전야미사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일시: 2002년 12월 24일 20:00

장소: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살레시오 수도원 성당(☎: 02-831-3068)

내용: 미사(20:00), 간식(21:00), 성탄제(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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