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찰거머리 스토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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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2-12-27 | 조회수1,982 | 추천수25 | 반대(0) 신고 |
12월 27일 금요일 성 요한 사도 복음사가 축일-요한 20장 2-8절
그 여자는 달음질을 하여 시몬 베드로와 예수께서 사랑하시던 다른 제자에게 가서 "누군가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다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하고 알려주었다.
<찰거머리 스토커>
오늘은 요한 사도 복음 사가의 축일입니다. 요한은 자신이 집필한 복음서에 자신을 소개할 때마다 "예수님으로부터 가장 사랑 받던 제자"라는 표현을 즐겨 씁니다. 그리고 어머니를 통해 예수님께 인사청탁을 하는 모습이라든지, 또는 최후의 만찬 때 예수님 바로 옆에 앉아 예수님의 가슴에 얼굴을 묻는 모습 등, 성서의 여러 곳에 나타난 요한과 관련된 기사들을 종합해서 볼 때 그는 오바끼가 꽤 강했던 사람으로 추정됩니다.
다시 말해서 요한은 남 앞에서 한번 튀어보고 싶은 욕구가 강했던 사람, 사람들로부터 언제나 주목받고 싶었던 사람이 아니었겠는가 하는 제 나름대로의 인물평을 해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한은 언제나 예수님 가까이에 머물고 싶었던 제자, 언제나 예수님의 사랑을 자기 혼자 독차지하고 싶었던 제자였습니다.
그래서 요한은 최후의 만찬 때에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예수님 바로 옆자리를 차지합니다. 다른 제자들로부터 그토록 많은 눈총을 받으면서도 요한은 언제나 예수님의 가장 첫째가는 측근임을 자처하면서 예수님 주위를 맴돕니다.
예수님도 처음에는 "뭐, 이렇게 찰거머리 같은 녀석이 다 있지? 어디 갈 때마다 늘 졸졸 따라오지 않나? 어디 앉으면 항상 바로 옆에 앉지 않나? 스토커가 따로 없구먼"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도 시간이 갈수록 요한이 생각 없고 미련한 스토커가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일거수일투족, 말씀 한마디 한마디에 완전히 매료된 요한은 예수님의 팬클럽 회원 중에서도 특급 회원이었습니다.
그토록 예수님을 철저히 흠모했던 요한이었기에 예수님도 요한의 사랑에 응답하십니다. 가끔씩 예수님께서는 베드로, 야고보와 더불어 요한을 특별관리하십니다. 거룩한 변모 때에도 이 세 제자만을 데리고 타볼산으로 오르셨습니다.
요한에게 있어 예수님은 마치도 연인같은 존재였습니다. 요한은 "어떻게 해야 예수님 앞에 잘 보이는 것일까?" 온종일 골몰했습니다. 요한에게 있어서 "어떻게 하면 예수님의 사랑을 독차지할 것인가"가 가장 큰 숙제였습니다. 요한의 삶에 있어서 가장 큰 목표는 "어떻게 하면 예수님 바로 옆자리에 앉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예수님과 말 한마디라도 더 나눌 수 있을까?" 하는 것었습니다.
요한에게 있어서 예수님만이 생의 전부였습니다. 요한에게 있어서 예수님은 삶의 의미이자 희망이었습니다. 요한에게서 예수님을 빼면 요한은 죽음 목숨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이런 요한이었기에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임종하시는 예수님의 십자가 곁을 끝까지 떠나지 않습니다. 이런 요한이었기에 다들 떠나버린 빈무덤에 대한 희망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런 요한이었기에 막달라 여자 마리아가 전한 부활의 소식에 가장 먼저 무덤으로 달려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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