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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약해서 슬픈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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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2-12-28 조회수2,320 추천수26 반대(0) 신고

12월 29일 일요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루가 2장 22-40절

 

 

"아기의 부모는 주님의 율법을 따라 모든 일을 다 마치고 자기 고향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으로 돌아갔다."

 

 

<나약해서 슬픈 존재>

 

연말을 맞아 주님께서는 연일 제게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좋은 체험의 장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어제는 최고수(사형수)들과 미사를 드렸었고 오늘은 소년원 친구들과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너무도 분위기 깨는 몇몇 최고수들과 소년원 친구들의 모습에 속이 상해 쓴 소리도 좀 했습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가 공연한 객기를 부렸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 저 녀석들, 그 안에서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랬겠나? 그나마 천주교반에 와서 마음 편하니까 괜히 한번 그래보는 걸 가지고 내가 너무 오바했구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들, 괜히 객기를 부리지만 한 명 한 명 일대 일로 만나면 얼마나 순수하고 착한지 모릅니다. 얼마나 마음이 여리고 정이 많은지 모릅니다. 단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 누구로부터도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 못했기에, 따뜻한 위로나 격려 한번 받아보지 못했기에 격리된 삶을 살게 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사형이 집행된 한 사형수의 말은 참으로 의미심장합니다. "제가 사형수가 되고 나서 처음으로 인간다운 대접을 받아보았습니다."

 

힘겨운 날 어깨를 한번 두드려줄 누군가가 이 세상에 단 한사람도 없다는 것처럼 슬픈 일은 다시 또 없습니다. 그런데 때로 이 세상 어딜 가도 의지가지 하나 없이 홀로 비틀비틀 걸어가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참으로 안쓰럽기 짝이 없습니다. 너무도 가엾어서 할 말을 잃고 맙니다.

 

그런데 때로 그런 가엾은 사람들이 교도소나 소년원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바로 옆에, 가장 가까운 곳에도 있다는 것을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습니다. 가깝다는 핑계로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소홀하게 대하고 외면하는지 모릅니다.

    

결코 길지 않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가장 주신 가장 큰 선물인 배우자, 부모, 자식들에게 이런 고백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힘겨운 날, 제 곁에 계셔주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옆에 있어줘서 정말 고마워요. 엄마, 엄마가 제 엄마란 사실이 얼마나 행운인지 몰라요" 라고 고백하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아 정말 고맙다. 너희들은 내 삶의 의미란다. 너희들과 지내는 것이 너무 행복해" 라고 귓속말 한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는 너무도 나약해서 슬픈 존재들입니다. 그러기에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고통과 좌절의 순간에 서로에게 의지처가 되고 위로가 되어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역할은 바로 가정이 수행해야할 몫입니다. 비록 서로에게 짐이 되고 십자가가 된다 할지라도, 가족들은 서로를 통해 삶의 기쁨과 위로를 주고받아야 할 존재들입니다.

 

오늘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에 나자렛의 성가정을 기억합니다. 나자렛의 성가정은 진정 하느님이 머무시던 작은 교회였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중심으로 예수, 마리아, 요셉 세분이 서로 굳게 결속된 가정이 나자렛의 성가정이었습니다. 세분이 서로 의지하며 서로의 성장을 위해서 언제나 인내하고 양보하고 기도하던 가정이 나자렛의 성가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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