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떴다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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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3-01-23 | 조회수2,594 | 추천수37 | 반대(0) 신고 |
1월 23일 연중 2주간 목요일-마르코 3장 7-12절
"예수께서는 밀어닥치는 군중을 피하시려고 제자들에게 거룻배 한 척을 준비하라고 이르셨다."
<떴다 신부님>
신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절정인 연세 지긋하신 신부님 몇 분을 알고 있습니다. 그 신부님들이 "떴다" 하면 일대 소동이 일어날 정도입니다. 신부님들이 미사 집전이나 서품식, 서원식 같은 때 등장하면 그분들을 아는 신자들의 표정에는 즉시 설레임과 행복함이 묻어납니다. 예식이 끝나기가 바쁘게 신부님들은 인파에 둘러싸입니다. 인사를 드리기 위해, 안부를 여쭙기 위해, 얼굴 한번 뵙기 위해, 손 한번 잡아보기 위해, 안수 한번 받기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 사이에 파묻힙니다.
그런 신부님들을 옆에서 지켜보며 저희 같은 신참들, 찬밥들, 개털(너무 심한 표현인가요?)들은 "도대체 비결이 뭘까?" 곰곰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거기에는 비결이 있었습니다.
1. 신부님들에게서는 온화한 성품, 따뜻한 마음,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를 품에 안는 부드러운 가슴, 기도와 수행, 연륜과 세월이 선물로 준 삶의 향기, 고향과도 같은 넉넉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 신부님들은 언제나 먼전 다가서셨습니다. 기다리지 않고 먼저 손을 내밀고, 먼저 이름을 부르고, 먼저 안부를 묻는 예수님의 겸손함이 몸에 배어있었습니다.
3. 신부님들의 사랑은 저희와는 달리 사심 없는 사랑, 공평한 사랑, 부담 없는 사랑,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 폭넓은 사랑, 다시 말해서 예수님의 사랑이었습니다.
예수님의 명성이 점점 세상에 알려지면서(특히 치유와 구마와 기적의 능력을 바탕으로 한 명성) 예수님은 일약 당대의 유명인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너무도 많은 인파가 순식간에 몰려왔기 때문에 예수님께서는 인파로 인한 대형사고의 위험을 감지하십니다. 그래서 일단 피하시기 위해 나룻배 한 척을 준비하라고 이르실 정도였습니다.
공생활 이후 예수님의 삶은 하루하루가 무척 팍팍했던 삶으로 추정됩니다. 매일 구름처럼 몰려드는 사람들, 끊임없는 만남과 활동, 제자 교육,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피곤한 하루하루를 보내셨을 것입니다.
더욱이 예수님과 사람들과의 만남은 분위기 좋은데서 향기 좋은 커피한잔 시켜놓고 만나는 기분 좋은 만남이 절대로 아니었습니다. 뭔가 한가지씩 골치 아픈 "민원"을 손에 들고 해결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다가오는 영업상의 만남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해결사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며 사람들은 몰려든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결코 그들을 내치지 않으십니다. 나 몰라라 하지 않으십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슴아픈 사연들을 귀여겨들으십니다. 그리고 예수님 역시 가슴아파 하십니다. 그리고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십니다.
그가 귀족이든 천민이든 상관없습니다. 후원금을 많이 낼 수 있는 부자인가 아닌가를 따지지 않으십니다. 내 고향 사람인가 이방인인가도 묻지 않습니다. 오직 한 인간의 고통과 슬픔에 대한 연민의 마음, 구원하고자 하는 사랑만이 있습니다.
이러한 마음 때문에 예수님은 스타 중에 스타인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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