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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품위를 지키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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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3-01-23 조회수2,446 추천수37 반대(0) 신고

1월 24일 금요일 성 프란치스코 드 살 주교 학자 기념일-마르코 3장 13-19절

 

"그 무렵 예수께서 산에 올라가 마음에 두셨던 사람들을 부르셨다. 그들이 예수께 가까이 왔을 때에 예수께서는 열둘을 뽑아 사도로 삼으시고 당신 곁에 있게 하셨다. 이것은 그들을 보내어 말씀을 전하게 하시고, 마귀를 쫓아내는 권한을 주시려는 것이었다."

 

 

<품위를 지키셔야 합니다>

 

며칠전 직원교육에 초빙된 강사 신부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한동안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곤지암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입니까? 소머리 국밥이지요. 춘천하면 떠오르는 첫 생각은 무엇입니까? 막국수지요.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살레시오집 하면 떠오르는 첫 생각이 어떤 생각입니까?"

 

다들 묵묵부답이었는데, 신부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우리 선생님들, 아이들이 살레시오집 하면 <내 고향>, <생각만 해도 흐뭇한 미소가 떠오르는 집>, <행복한 집>이란 생각이 들도록 노력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세상으로 나간 아이들이 힘겨울 때마다 이곳에서의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고 다시금 새 출발 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는 마음의 고향 같은 집 말입니다. 이 집을 그런 집으로 만들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인내와 용서, 온유와 친절한 사랑입니다."

 

아이들의 머릿속에 가장 인상깊이 남겨질 교육자들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물론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가하는 호된 질책도 필요합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아나가기 위한 규칙이나 벌도 있어야겠지요.

 

그러나 결국 중요한 것은 인내와 용서, 온유와 친절한 사랑입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잊지 않고 찾아오는 아이들은 많은 매를 맞았던 아이, 된통 욕을 얻어먹던 아이들이 아니라 우리의 사랑을 배가 부르도록 먹고 자란 아이들입니다. 한번 더 용서받은 아이, 한 번 더 칭찬 받은 아이, 한번 더 사랑 받은 아이들입니다.

 

오늘 우리는 온유의 친절의 성인 프란치스코 드 살의 축일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그가 얼마나 온유한 사람이었는지는 다음의 일화를 통해서 잘 알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드 살 가까이 머물면서 늘 귀찮게 하던 신부 중에 데아쥬란 신부가 있었습니다. 그는 무슨 일에나 불평불만이었고 무뚝뚝했으며 짜증을 자주 내는 신부였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데아쥬 신부는 무척 세심하고 까다로운 사람이었는데, 오랜 기간 그는 프란치스코 드 살 주교의 측근에서 일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에게는 큰 불만이 한 가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주교의 지나치게 온유한 성격이었습니다.

 

언제나 만면에 미소를 띠고 친근하게 다가오는 프란치스코 드 살 주교는 당시 안네시 어린이들의 스타였습니다. 주교가 길을 걸어가면 많은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그를 둘러쌌습니다. 주교는 아이들의 머리를 일일이 쓰다듬어 주면서 정다운 말을 한마디씩 던졌습니다. 한번 주교님과 인사한 아이들 중에 많은 아이들이 또 한번 주교님의 얼굴을 보려고 앞질러 뛰어가곤 했습니다. 이 때문에 데아쥬 신부를 비롯한 수행인들이 자주 짜증을 내기도 했는데, 주교님은 오히려 그것을 즐겼습니다.

 

데아쥬 신부는 자주 주교님에게 "품위를 지키셔야 합니다. 길거리에서 아이들과 어울리는 짓이나 그렇고 그런 여인들과 대화하는 등 주교님 위신이 깎이는 행동은 금하셔야 합니다." 라고 조언을 거듭하였습니다. 계속되는 충고에도 아랑곳하지 않으신 주교님을 급기야는 정면으로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드 살 주교는 데아쥬 신부를 아버지다운 마음으로 늘 품어 안았습니다. 극진히도 챙기고 사랑했습니다. 골칫거리였던 데아쥬 신부를 먼 시골본당으로 추방시키지도 좌천시키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중책인 교구 참사위원에 임명하였습니다.

 

데아쥬 신부의 도를 넘는 충고나 까다로운 주문에도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고 오히려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그를 항상 가까운 곳에 두기 위해서 참사위원으로 임명하였고 그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많은 친절과 사랑을 베풀었습니다.

 

데아쥬 신부를 위한 장례미사때 프란치스코 드 살 주교는 흐느낌 때문에 목이 메었으며 제대를 떠나는 순간까지도 울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인내요, 놀라운 온유요, 놀라운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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