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돈이 최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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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3-01-25 | 조회수2,399 | 추천수31 | 반대(0) 신고 |
1월 26일 연중 제3주일(사회 복지 주일)-고린토1서 7장 29-31절
"우리가 보는 이 세상은 사라져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돈이 최고>
한평생 "결국 믿을 것이라곤 돈뿐이다. 돈이 최고"라고 여기며 살아온 사람이 있었습니다. 한평생 동안 자린고비로 살아오셨지요. 혹시라도 부인이 자기 허락 받지 않고 색다른 반찬 한가지 준비했다하면 그날은 난리가 나는 날이었습니다. 동기생들, 또래 나이 사람들 다하는 계모임도 회비가 아깝다고 한번도 나가지 않았습니다. 이웃 사람들과의 왕래도 쓸데없이 돈만 든다며 절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주말이 와도 나가면 돈이라며 가족끼리 나들이 한번 하지 않았습니다. 자녀들에게도 "너희들, 잘 들어둬. 이 세상에 믿을 놈은 하나도 없어. 돈이 최고야 돈이!"하고 가르쳤습니다.
한평생 그런 마음자세로 허리띠를 졸라대고, 또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만 연구하였기에 말년에 이르러서는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 큰 빌딩도 두 개나 가지고 있었고 건물 임대료로 나오는 수입만으로도 재벌 못지 않은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 나중에 하나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돈만으로 모든 것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돈만 있으면 만사가 OK고, 천년만년 살 줄 알았는데, 돈으로도 안 되는 일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죽음 앞에서는 돈을 아무리 갖다 퍼부어도 방법이 없었습니다. 난다긴다하는 큰 병원 의사들도 방법이 없다고 하니 전국의 이름난 한의사를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돈은 얼마든지 들어도 좋다"면서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자의 정신은 혼미해져갔고 결국 산소호흡기에 하루하루 의존하는 죽음 직전의 순간에 도달했습니다.
부자가 죽음으로 넘어가는 그 순간, 애도의 순간이어야 할 텐데, 병실은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특별히 재산 상속권이 있는 부인들이나 자녀들, 그밖에 이런저런 이유로 부자의 재산과 조금이나마 관련이 있는 이들 사이에 벌어지는 팽팽한 긴장과 기싸움은 정말 인간으로서 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숨은 넘어간 뒤에도 얼마간 귀는 살아있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이 부자는 자신이 그렇게 아껴가면서 한평생 쌓은 탑이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광경을 죽어가면서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자녀들이나 부인들, 친지들이 체면불구하고 환자 앞에서 재산권문제로 싸우는 이유도 결국 자신이 "돈만이 최고"라고 평소에 가르쳤던 결과였기에 거기에 대해서는 조금도 할말도 없었습니다.
결국 그 부자 할아버지의 인생은 "맛있는 죽을 열심히 써서 자신은 한 숟가락도 먹지 못하고 개밥통에 부어준" 격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들 삶도 그 부자 할아버지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우리가 그렇게 기를 써서 모은 많은 재산들은 다 어디로 가겠습니까? 물론 자식들에게 좋은 일 한번 한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사람이 죽고 나서 입고 가게될 수의의 특징은 호주머니가 없다는 것입니다. 알몸으로 이 세상에 온 우리는 결국 알몸으로 이 세상을 떠나가게 됩니다.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나간 후 최종적으로 우리에게 남게 될 것은 자식들에게 물려줄 재산이 절대로 아닙니다. 사들인 빌딩도 절대로 아닙니다.
결국 우리에게 남게 될 것은 우리가 가난한 이웃들에게 건넸던 사심 없는 마음입니다. 따뜻한 한번의 손길입니다. 임종 중에 있는 병자들을 한번 찾아가는 일, 사회복지시설을 한번 방문하는 일, 갇힌 이들을 찾아가는 일입니다.
오늘 사회 복지 주일을 맞아서 두 번째 독서인 고린토 전서 7장을 잘 명심하며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형제 여러분, 내 말을 명심하여 들으십시오. 이제 때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이제부터는 아내가 있는 사람은 아내가 없는 사람처럼 살고 슬픔이 있는 사람은 슬픔이 없는 사람처럼 지내고 기쁜 일이 있는 사람은 기쁜 일이 없는 사람처럼 살고 물건을 산 사람은 그 물건이 자기 것이 아닌 것처럼 생각하고 세상과 거래를 하는 사람은 세상과 거래를 하지 않는 사람처럼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보는 이 세상은 사라져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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