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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왜 이렇게 눈물이 안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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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3-02-09 조회수2,597 추천수34 반대(0) 신고

2월 10일 월요일 성녀 스콜라스티카 동정 기념일-마르코 6장 53-56절

 

"마을이나 도시나 농촌이나 어디든지 예수께서 가시기만 하면 사람들은 병자들을 장터에 데려다 놓고 그 옷자락만이라도 만지게 해 달라고 간청하였다. 그리고 손을 댄 사람은 모두 나았다."

 

 

<왜 이렇게 눈물이 안 날까?>

 

오랜만에 한 열흘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열흘 동안 새벽미사, 오전 오후 30분짜리 강의 한번씩 외에 별다른 일이 없었기에 "이 특별 보너스 같은 시간을 어떻게 영양가 있게 보낼까?" 고민도 많이 했었지요.

 

"영화도 한편보고, 눈 덮인 무등산 산장에도 한번 다녀오고, 운주사도 한번 다녀오고, 몇몇 보고 싶었던 사람들도 만나야겠다" 고 작전은 잘 짰지만 하나도 실천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뒹굴뒹굴 사제관에서만 비몽사몽간에 지내다 세월 다 가버렸습니다. 그나마 한 가지 소득이 있었다면 우연히 보게 된 영화 "선물"과의 만남입니다.

 

낮잠을 많이 자다보니 그저께 밤에는 잠이 통 오지 않았습니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다가 TV를 켜니 영화 "선물"이 방영되고 있었습니다. 약간은 진부한 신파조 분위기가 나는 영화였기에, 또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가 빤히 예측되었지만 영화 "선물"은 묘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요즘 나는 왜 이렇게 통 눈물이 안 날까?" 고민하시는 분들, "눈물 한번 원 없이 흘려보고 싶다"는 분들은 꼭 한번 빌려다보시면 좋겠습니다.

 

영화 "선물"은 제대로 한번 "뜨지 못해" 슬픈 개그맨 남편과 불치병으로 죽어 가는 아내의 사랑이야기입니다.

 

시한부 삶을 사는 아내 정연은 자신이 가고 나면, 혼자 남을 남편 용기를 생각하니 너무나 미안하고 가슴 아파서 일부러 더 심한 말과 행동을 하지요. 영문을 모르는 용기는 그런 아내 정연이 밉기만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용기는 정연이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정연을 위한 마지막 선물로 그녀가 보고 싶어 하는 옛 친구들을 만나게 해주는 이벤트를 꾸밉니다.

 

한편 죽어가는 아내는 "뜨지 못해" 힘들어하는 개그맨 남편을 한번 띄워주기 위해 자신의 병까지 속여 가며 갖은 수단과 방법을 다 찾습니다.

 

남편은 아내에게 하지 못한 말들을 이렇게 일기장에 썼습니다. "아내가 아프단다. 그것도 아주 많이. 이제 더 이상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단다. 하느님, 맙소사. 제발 조금만 시간을 더 주세요. 남은 시간동안 내가 그녀를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도록..."

 

한편 아내는 속울음을 참으며 이런 마지막 일기를 썼습니다. "사실 당신을 두고 가는 일, 생각할수록 점점 더 어려워져. 나 없이 당신이 무얼 할 수 있을까 싶어서. 당신을 좀 더 따뜻하게 많이 사랑해주지 못했던 일들, 생각할수록 미안해. 당신 잘 알겠지만 당신은 세상이 내게 준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었어."

 

죽어가면서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는 비결이 무엇일까 생각해봤을 때, 결국 "사랑"이었습니다.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서 지켜봐줄 때 설령 죽음을 향해 걸어간다 할지라도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시한부 환자들, 불치병 환자들, 임종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사랑임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습니다.

 

신구약성서를 통독하고 나서 성서를 덮는 순간 우리 머리 속에 최종적으로 남는 느낌이 무엇일까요? 제게 있어서 그 느낌은 "사랑"이었습니다. 신구약성서의 최종적인 결론은 결국 "사랑" 임을 확신합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예수님도 결국 "사랑의 예수님", "사랑 그 자체이신 예수님"이십니다. 당신께 다가서는 그 수많은 환자들, 끊임없이 몰려드는 인파들을 절대로 외면하지 않으시고 다 만나주십니다. 그들이 원하는 바를 원 없이 채워주십니다. 사랑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결국 예수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만이 한 인간을 살릴 수 있습니다. 사랑만이 한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사랑만이 한 인간을 구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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