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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벼랑 끝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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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3-02-12 조회수3,865 추천수42 반대(0) 신고

    2월 13일 연중 제5주간 목요일-마르코 7장 24-30절

     

    "선생님, 그렇긴 합니다만 상 밑에 있는 강아지들도 아이들이 먹다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얻어먹지 않습니까?"

     

    <벼랑 끝에 서서>

     

    하루가 다르게 점점 야위어가는 아이의 몰골에 가슴이 찢어지던 한 어머니를 알고 있습니다. 같은 병실에서 같은 병명으로 함께 치료받던 아이가 먼저 "너무 짧아서 서러운 이 세상"을 하직했을 때만 해도 "우리 애는 절대 아닐거야. 절대로 그래서는 안되" 하며 하루에 수 백 번도 넘게 자신을 추스르던 어머니였습니다.

     

    그러나 "저희로서는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어떻게 더 이상 해볼 도리가 없습니다"는 의사의 판정을 들은 어머니는 그야말로 세상의 벼랑 끝에 선 듯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표현에 따르면 "뚜껑이 열리고" 말았습니다. "꼭지가 돌아버리고" 만 것입니다. 너무도 화가 난 나머지 이성을 잃고 만 것입니다.

     

    신자였던 어머니는 병원 부속 성당으로 달려가셨습니다. 그리고는 대뜸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다행이 방음이 잘 된 성당이었고 밤늦은 시간이어서 성당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느님, 이거 너무하신 것 아닙니까? 저 어린 것이 무슨 죄가 있다고...하느님, 당신은 자비의 하느님이시라면서 어찌 이런 일이 제 눈앞에 벌어지게 하십니까?" 하며 대성통곡을 터트렸습니다.

     

    울다 지친 어머니는 아예 성당 바닥에 드러누웠습니다. "하느님 당신이 주신 아들이니 당신이 살려내십시오. 너무 어리지 않습니까? 이거 너무 하지 않습니까?"

     

    어느덧 시간은 흘러 새벽녘에 이르렀는데, 그때 어머니의 기도는 이렇게 바뀌어있었습니다. "하느님, 데려가시려면 차라리 저를 데려가 주세요. 제발 부탁입니다. 하느님, 저를 데려가 주세요. 만일 아이를 살려주시면 꼭 당신 나라의 일꾼이 되도록 인도하겠습니다." 그리고 울다 지친 어머니는 자기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 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출근한 청소부 아주머니에 의해 잠이 깬 어머니는 소스라치게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분하고 원통하던 마음이 깨끗이 사라지고 왠지 모를 평화가 마음에 찾아온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내게 큰일을 하셨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병실로 뛰어온 어머니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습니다. 너무도 기력이 소진되어 제대로 앉지도 못하던 아이, 물도 한 모금 제대로 못 마시던 아이가 침대에 똑바로 앉아 바나나를 먹고 있었습니다. 말짱한 얼굴로 말입니다. 그리고는 한다는 말이 "엄마, 어디 갔다 왔어? 나 배고픈데" 하는 것이었습니다.

     

    엄마는 너무도 기쁘고 또 한편으로 아이 때문에 속상했던 지난 일들이 생각나 "너, 왜 이렇게 엄마 속을 태우는거니?"하면서 뺨을 한대 세게 때렸답니다. 영문도 모르고 세게 뺨을 한대 맞은 아이가 울기 시작하자 엄마도 아이를 품에 안고 아이를 따라 크게 울기 시작했습니다.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정말 실화입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시로페키니아 출신의 이방인 어머니는 악령 들린 딸의 치유를 예수님께 부탁드렸습니다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합니다. 어떻게 보면 참으로 모욕적인 일입니다. 더구나 예수님께서 하시는 말씀은 더욱 여인을 비참하게 만듭니다. "자녀들이 먹을 빵을 강아지들에게 던져주는 것은 옳지 않다." 자신을 강아지 취급하는 예수님이 한없이 원망스러웠을 것입니다.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겠습니까? "내가 차라리 그냥 가고 말지!" 하는 생각도 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인은 체면불구하고 끈질기게 예수님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놓지 않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딸의 치유를 부탁드립니다. 자신을 강아지라고 말하면서, 강아지도 바닥에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지 않느냐면서 집요하리만치 간절하게 매달립니다. 머리를 땅에 대고 온몸으로 통사정을 하였습니다. 예수님의 능력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를 가지고 말입니다.

     

    우리는 언제 단 한번이라도 간절히 기도한 적이 있습니까? 밤새워 눈물을 펑펑 쏟으며 예수님께 매달려 본 적이 있는지요?

     

    간절한 기도는 하늘까지 닿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간절한 기도를 절대로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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