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누가 옳은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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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인옥 | 작성일2003-02-14 | 조회수1,405 | 추천수7 | 반대(0) 신고 |
연중 제5주간 금요일 말씀(창세 3,1-8; 마르 7,31-37)
"하느님이 너희더러 이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는 하나도 따먹지 말라고 하셨다는데 그것이 정말이냐?" 뱀은 하와에게 교묘하게 질문한다. "이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는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따 먹어라.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만은 따먹지 마라."는 하느님의 명령을 상기해볼 때 뱀은 그것을 거짓되게 왜곡시키고 과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니다." 여인은 장하게도 뱀의 질문을 부정하였다. 그러나 그녀는 하느님의 명령에 한마디를 첨가한다. "하느님께서는 이 동산에 있는 나무열매는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따먹되, 죽지 않으려거든 이 동산 한가운데 있는 나무 열매만은 따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고 하셨다."
뱀은 진실을 과장하는 여인의 대답에서 헛점을 잡아낸다. 이제 본격적으로 유혹하기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뱀은 하느님이 거짓말쟁이이며 그분이 ’먹지 말라’고 하신 것은 사실은 인간에 대한 시기와 두려움 때문이라고 충동질한다. "절대로 죽지 않는다. 그 나무 열매를 따먹기만 하면 너희의 눈이 밝아져서 하느님처럼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하느님이 아시고 그렇게 말하신 것이다."
당시의 주변 국가들의 신화를 살펴보면, 신들이 가진 특권은 ’영생(永生)’과 ’전지(全知)’ 였다. 그들의 신화에서 인간은 늘 신이 되고 싶어하며, 신들은 언제나 인간들이 자기들과 같아질까봐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뱀의 유혹은 이같은 생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성서 저자는 ’생명나무’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신의 특성인 ’영생’과 ’전지’로 상징하면서, 영생을 얻으려는 인간의 노력은 결국 언제나 실패로 끝이 나고 그것이 바로 영원한 인간의 숙명이라는 비관적 결말인 그들의 신화에 비해, 야훼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처음부터 ’영생’을 주시고 싶어하는 분이시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끝내 ’영생’을 유지할 수 없었던 것은 신의 의도가 아니라 인간의 잘못 때문이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여기서 하느님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 특성을 탐냈다는 것이 잘못이라기보다, 하느님의 명령(말씀)을 신뢰하지 못한 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여자가 그 나무를 쳐다보니 과연 먹음직하고 보기에 탐스러울뿐더러 사람을 영리하게 해 줄 것 같아서" 열매를 따먹었다는 것이다. 하느님의 말씀보다는 뱀의 말을 더 신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누구 말이 옳은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중심으로 하느님의 진리와 뱀의 거짓이 날카롭게 대립해있다. 하느님의 진리는 인간의 한계성을 알고 인정해야 한다는, 그래야 그 한계 안에서 인간의 생명과 자유는 보장받을 수 있다는 사랑의 충고였었다. 뱀은 인간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거짓된 약속을 제시하며 인간의 무절제한 욕망을 충동질하였다. 과연 어느 것이 진리인가? 오늘도 인간의 갈등 안에서 뱀의 유혹은 계속된다.
평소에는 대수롭지 않았던 금지 명령 하나가 점점 마음 안에 자라나고 무성하여져서 드디어 마음 한가운데로 이동하여 "동산 한가운데 있는" 가장 커다란 나무가 되고 마는 것이 사람의 심리이다. 하느님에 대한 신뢰가 깨어지기 시작할 때, 나무 열매는 점점 더 "먹음직하고 탐스럽게" 보이게 되는 것이다.
결정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행위는 저질러졌다. 뱀이 유혹한 ’눈이 밝아진다’는 말은 과연 옳았다. 그러나 뱀이 제시한 미래는 간 곳 없고, 눈이 밝아진 그들이 본 것은 신과 같이 된 모습이 아니라 자신들의 한계, 즉 ’알몸’을 보았던 것이다. 그들은 이제까지 인식하지 못했던 초라함을 보고 부끄러움을 느꼈다.
야휘스트는 인간이 하느님을 무시하고 행하는 모든 것을 하느님께 대한 범죄(또는 죄)이며, 그것은 인간에게 심각한 위해(危害)를 주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오늘 우리에게 심각한 유혹으로 다가오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과 뱀의 유혹 사이에서 어느 쪽에 마음 기울어져있는가?
에파타! 주님, 주님의 말씀을 있는 그대로 듣고 따를 수 있는 귀를 열어주십사 간청합니다. 주님, 주님의 말씀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 찬미 감사할 수 있도록 입을 열어주십시오. 주님, 주님의 말씀을 신뢰하고 그 말씀에 순종할 수 있도록 저희 마음을 열어주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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