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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이 200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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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3-02-18 조회수2,253 추천수29 반대(0) 신고

2월 19일 연중 6주간 수요일-마르코 8장 22-26절

 

"저 마을로는 돌아가지 마라."

 

<나이 200살>

 

지옥과도 같은 화염과 유독가스 속에서 죽어가면서도 엄마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던 대구지하철 참사의 어린 희생자들을 생각하니 너무도 안타까워 가슴이 다 미어집니다.

 

"숨을 못 쉬겠어...엄마, 사랑해."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길 수 있는지? 하루 온종일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자꾸만 가슴이 답답해지고 사는 맛이 안 납니다. 어이없이 생명을 잃은 희생자들과 유가족을 생각하니 머리가 텅 빕니다.

 

다른 어느 때보다도 훨씬 강도 높은 기도와 위로와 나눔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미치도록 답답하고 뜨거웠던 이승을 마감한 희생자들이 주님께서 마련해주실 서늘한 안식처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베싸이다의 한 소경을 고쳐주신 다음 "저 마을로는 돌아가지 마라"고 당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치유 활동 후에 치유된 사람에게 18번처럼 건네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라" 아니면 "저 마을로는 돌아가지 마라" 와도 같은 말씀입니다.

 

치유활동을 마치신 예수님께서 왜 그런 표현을 자주 쓰셨을까요? 무엇보다도 치유활동으로 인해 빚어지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메시아로서의 본질적인 사명, 진정한 의미의 신앙이 무엇인지 추구하려는 노력은 뒷전이고 오로지 병을 한번 고쳐보겠다는 데만 혈안이 된 군중들의 모습이 예수님으로서는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심각한 질병으로 인해 죽음에로의 길을 걷던 사람에게 치유의 은총에 주어져 전보다 더욱 건강하고 새로운 삶을 사는 모습을 본다는 것을 더없이 기쁜 일입니다. 더욱이 치유를 계기로 한 인생이 거듭 나고 참 삶이 무엇인지 깨달아 이웃봉사에 전념한다면 하느님께서 기뻐하실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죽을 고비 때 마다 계속 치유를 받아 200살까지 살수는 없지 않겠습니다. 혹시라도 거듭된 치유활동으로 만일 우리가 200살까지 산다면 역사상 최고령으로서 각종 매스컴에 오르내릴 수는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200살의 나이로 산다는 것은 차라리 죽음만도 못한 인생이 될 것입니다. 동시대 사람들은 모두 떠나 단 한명도 남아있지 않고, 기력은 쇠할 대로 쇠해서 후손들에게 짐만 될 것입니다. 분명히 그때 가서는 "이렇게 살 바에야 차라리 죽은 것이 더 낫겠다"고 외칠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우리가 치유를 통해서 간구하고 추구할 것은 이 세상에서 영원이 사는 것이 아니라 저 세상에서 영원히 살기 위한 준비를 갖추는 일입니다. 그 준비는 다름 아닌 영적인 치유, 거듭남, 영적 쇄신, 영적인 삶을 사는 것입니다.

 

영적인 눈을 뜨기만 한다면 우리가 그토록 괴로워하는 이 고통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니요, 죽음 역시 더 이상 죽음이 아닐 것입니다.

 

영적으로 거듭나기만 한다면 우리를 그토록 두렵게 하는 이 질병도 더 이상 질병이 아니라 하느님의 선물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영적인 삶을 산다면 모든 열악한 상황을 기꺼이 견뎌내며, 죽음 앞에서 조차 행복한 표정을 지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치유를 통해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시고자 하는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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