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남의 인생까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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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3-02-28 | 조회수1,941 | 추천수11 | 반대(0) 신고 |
3월 1일 연중 제7주간 토요일-마르코 10장 13-16절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대로 두어라. 하느님의 나라는 이런 어린이와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누구든지 어린이와 같이 순진한 마음으로 하느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코 거기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남의 인생까지>
아이들과 축구를 한 게임 뛰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기는커녕 오히려 화만 잔뜩 날 때가 있습니다. 특히 가장 화가 나는 일은 분명히 이쪽에 공간이 있는데, 이쪽으로 패스만 해주면 100% 골인이 기정사실인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패스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끝까지 볼을 잡고 별 짓 다하다가 결국은 상대방에게 빼앗기고 맙니다.
잘 참는 것이 전공인 저이지만 그런 때는 정말 불길처럼 솟아오르는 분노를 도저히 견뎌낼 재간이 없습니다. 속에서 뭔가가 확 솟구치면서 적개심이 머리끝까지 올라갑니다. 머리에서 연기가 다 날 지경이지요.
어제도 저와 같은 편인 한 녀석이 실력도 별로면서 겉멋만 들어서 빨리빨리 패스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혼자서 볼을 몰고 다니다가 빼앗기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동생들에게 패스하지 않는다고 화를 냈습니다. 그 녀석 때문에 재미있어야 할 축구시합이 완전히 종쳤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재미가 없던지 다들 뒷짐지고 있었기에 저는 너무도 화가 나서 큰 소리로 아이를 혼냈습니다. "너, 이리 좀 와봐! 너는 당나라 축구선수냐? 임마, 공을 잡았으면 빨리 빨리 패스를 해야지. 너 때문에 시합의 맥이 다 끊기잖아? 제발 좀 그런 식으로 인생 살지 말어!"
불같이 화가 난 저로 인해 잔뜩 주눅이 들어버린 아이를 보면서 그제야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너무 오버를 했구나? 패스 안한 것 가지고 남의 인생까지 들먹이다니...확실히 너무 오버했어." 하는 생각과 함께 즉시 후회가 되었습니다.
"괜히 그랬다"는 생각과 함께 "안 그래도 까탈스런 녀석인데, 화해하자면 꽤 오래가겠군"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어 식당에서 만난 녀석의 어깨를 말없이 씩 웃으면서 두드려줬습니다.
그런데 녀석의 반응이 너무도 저를 기쁘게 했습니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녀석도 생글생글 웃는 것입니다. 너무도 고맙기도 하고 예쁘기도 해서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어린이들이 당신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냥 두라고 하십니다. 어린이들을 축복하시면서 "하느님의 나라는 이런 어린이와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고 말씀하십니다.
청소년들이 대체로 지니고 있는 성격상의 특징은 우리처럼 내면이 복잡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단순하고 꾸밈이 없는가 하면 솔직합니다.
쉴새없이 실수를 거듭하고 사고를 저지르지만 돌아서면 즉시 후회합니다. 아무리 혼난 후라도 따듯한 말 한마디에 즉시 마음을 바꿔먹고 미안해합니다. 이처럼 청소년들의 마음은 우리처럼 완고하지도 경직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어린이들은 우리처럼 끝까지 딱 잡아떼지도 않습니다. 우리처럼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용서 못해"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큰 건수라도 한 시간 지나서 가보면 즉시 화해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어린이들을 높이 평가하시는 이유는 이런 어린이들의 개방성, 열린 마음, 수용성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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