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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이를 먹어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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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3-03-08 조회수2,645 추천수35 반대(0) 신고

3월 8일 재의 예식 다음 토요일-루가 5장 27-32절

 

"건강한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자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온 것이 아니라 죄인들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이를 조금씩 먹어간다는 것은 아쉽고 섭섭한 일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좋은 측면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불같던 성격, 욱하는 마음, 당장 지금 이 자리에서 뭔가 결판을 내야되겠다는 성급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유가 좀 생기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지난 시절을 돌아보면 부끄러움만 앞섭니다. 아이들과의 관계 안에서 혈기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실수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지? 그래서 요즘은 "그 불쌍한 아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었는가?" 절실히 뉘우치며 최대한 인내할 것을 다짐합니다.

 

언젠가부터 제게 생긴 습관 한가지가 있습니다. 사고를 치는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제 자신에게 한가지 최면을 거는 것입니다.

 

"이 아이, 정말 불쌍한 아이다. 이 아이는 우리들의 잘못으로 인해 상처를 입은 아이다. 이 아이는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우리의 노력으로 반드시 변화 될 수 있는 아이다. 이 아이는 꼭 새 출발할 수 있는 아이다"라고 자기 최면을 겁니다.

 

그런 자기최면을 한번 걸고 나면 묘하게도 아무리 맛이 간 아이, 아무리 싸가지가 없는 아이라도 사랑스러워 보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문제 청소년들에게 다가서기 전에 가장 먼저 갖춰야 할 마음자세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막 되먹은 죄인들에게도 기꺼이 다가서고, 그 상종 못할 죄인들을 친구처럼 여기고, 그 꺼림직한 죄인들과 함께 머리 맞대고 정담을 나누고 식사를 하신 예수님의 마음을 갖는 일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 죄인들을 단죄하고 손가락질하고 기피할지라도 우리만은 그렇게 밖에 될 수 없었던 나름대로의 딱한 사연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연민의 마음", "측은지심"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복음서 전체를 꿰뚫고 있는 한 가지 마음은 죄인들이라고 해서 내치지 않으시고 자신과 똑같은 한 형제로 받아들이신 예수님의 마음입니다. 아무리 막가는 사람들, 모든 사람들이 다 내놓은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구제불능의 존재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히려 가능성으로 충만한 내 형제로 받아들이는 예수님의 마음이 복음의 핵심입니다.

    

"그래 저 어린것이, 그간 이 모진 세상을 혼자 헤쳐오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피붙이 하나 없이, 관심 가져주는 사람 하나 없이 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저런 길로 빠졌겠지?", "이제 내가 저 아이에게 다가가서 그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줘야지"하는 착한 목자 마음이 세상의 모든 교육자들의 마음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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