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기적을 일으킨 수사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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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3-03-30 | 조회수2,383 | 추천수38 | 반대(0) 신고 |
3월 31일 사순 제4주간 월요일-요한 4장 43-54절
"선생님, 제 자식이 죽기 전에 같이 좀 가 주십시오."
<기적을 일으킨 수사님>
한 수사님이 자신이 보호하고 있던 아이들이 사고를 저질러서 경찰에서 검찰로 넘어가게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너무도 마음이 아팠던 수사님은 밤잠을 못 이뤘습니다.
아이를 빼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이미 손 쓸 단계를 넘어섰기에 어찌할 도리가 없었음을 알게된 수사님은 무조건 아이가 갇혀있는 경찰서로 찾아갔습니다. 담당 형사님에게 무조건 사정했습니다. "이미 늦어서 안 된다"고 단호하게 거절하는 담당 형사님 앞에서 수사님은 계속 버티기 작전으로 나갔습니다. "소용없으니 그냥 가시라"고 해도 막무가내였습니다. 무조건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서 계셨습니다.
너무도 간절했던 수사님의 눈동자를 차마 외면할 수 없었던 담당형사는 상부의 허락을 받고 마침내 아이들을 훈방시켜주셨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소용없다고 했지만 수사님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아이들을 위해 밤잠을 자지 않고 기도하고, 눈물로 호소하셨습니다. 그 결과 기적을 이루어낸 것입니다.
저 역시 "아무리 그러셔도 소용없다"는 담당 형사님에게 갖은 감언이설, 뇌물을 써가며 아이들을 빼낸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야지 너무 건수가 많고, 수법도 대담해서, 또 피해자 눈도 있고 해서 도저히 안되겠다"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먼저 피해자를 설득해야 했었지요. 문방구 주인 아저씨였던 피해자에게 술도 한잔 샀었고, 피해액도 물어줬지요.
담당 형사님에게 갖은 아부도 했습니다. "그 아이 도저히 안될 아이이니 고생 좀 하게 놔두시라"는 담당형사님에게 "마지막으로 한번 믿어주십시오. 두고 보십시오. 반드시 뭔가 보여 드릴테니..."하고 통사정을 했습니다. "홍삼디"도 여러 박스 필요했었지요.
아이들과 관련된 몇몇 사건들을 통해 기적의 원동력은 무엇보다도 "간절한 마음"이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가파르나움의 한 고관은 죽어가고 있는 자신의 아들을 고쳐달라고 예수님께 부탁드립니다.
예수님께서 유다 고관들의 완고한 마음, 경직된 신앙을 한두번 체험한 것이 아니기에 별로 마음을 내켜하시지 않으며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너희는 기적이나 신기한 일을 보지 않고서는 믿지 않는다."
예수님께서 자신의 부탁을 별로 탐탁치않게 여기시고 들어줄 마음이 없다는 것을 눈치챈 고관은 갑자기 다급해졌습니다. 갑자기 태도가 돌변합니다. 뻣뻣했던 자세를 낮추고 간곡히 애원합니다. "선생님, 제발 부탁입니다. 제 자식이 죽기 전에 한번만 같이 좀 가 주십시오."
그 고관은 죽어 가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체면을 완전히 구깁니다. 더 이상 체면 차릴 여유도 없었습니다. 거드름을 피울 마음도 사라졌습니다. 그 순간 유다 고관은 자신의 직책도 잊어버리고 완전히 한 아버지로 돌아간 것입니다. 그리고 간절한 마음으로 예수님 앞에 무릎을 끓습니다.
이렇게 한 인간을 향한 간절한 마음, 절박한 심정은 하느님의 마음까지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기적의 배경에는 이렇게 한 인간을 향한 극진한 사랑, 한 인간을 소중히 여기는 따뜻한 마음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리의 하느님은 한 인간의 고통스런 눈망울을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분이십니다. 당신 눈앞에 펼쳐진 당신 백성들의 슬픔을 나몰라라하지 않는 분이십니다. 우리의 하느님은 한 불쌍한 인간의 처절함 앞에 그냥 지나치지 못하시는 자비의 하느님이십니다.
"가난은 나라도 구하기 힘든 것이다"며 당장 눈앞에 서 있었던 한 가난한 사람의 손길을 외면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지요?
"나는 그쪽 분야 담당자가 아니니 어쩔 수 없습니다"며 절박한 한 인간의 현실에서 발을 뺀 적이 얼마나 많았던지 반성합니다.
한 인간이 지닐 수 있는 마음 중에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마음은 결국 자비심입니다. 자비만이 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며 한 인간을 구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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