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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노는데 방해해서 미안하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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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3-04-04 조회수1,785 추천수22 반대(0) 신고

4월 5일 사순 제 4주간 토요일-예레미야 11장 18-20절

 

"만군의 주님, 사람의 뱃속과 심장을 달아보시는 공정한 재판관이시여! 하느님께 호소합니다. 이 백성에게 원수를 갚아 주십시오. 그것을 이 눈으로 보아야겠습니다."

 

 

<노는데 방해해서 미안하다만>

 

예레미야 예언자의 운명은 참으로 기구한 것이었습니다. 예레미야는 15세 정도의 어린 나이에 하느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요즘 15살짜리들을. 겨우 중학교 2학년입니다. 갓 어린 티를 벗어난 청소년이고 아직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 나이이지 않습니까? 친구들은 아직도 노느라 제정신이 없는데, 예레미야는 청천벽력같은 하느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예레미야! 노는데 방해해서 미안하다만 나는 너를 만방에 내 말을 전할 나의 예언자로 삼았다."

 

놀랍기도 하고 기가 차지도 않았던 예레미야는 강한 거부의사를 표명합니다.

 

"아! 야훼 나의 주님, 보십시오. 저는 아이라서 말을 잘 못합니다."

 

도저히 엄두가 안 났던 에레미야에게 하느님은 이런 말로 꼬시고 또 협박을 가합니다.

 

"아이라는 소리를 하지 말아라. 내가 너를 누구에게 보내든지 너는 가야하고, 무슨 말을 시키든지 하여야 한다. 절대로 쫄지 말거라. 내가 늘 옆에 있어 위험할 때면 건져주리라."

 

하느님께서 예레미야에게 주신 예언의 말씀은 정말 말하기 괴로운 내용이었습니다. 그대로 전했다가는 몰매를 맞아 즉사하기 좋은 말씀이었습니다..

 

하느님이 백성들과 고관들에게 가서 전하라는 예언의 요지는 "예루살렘의 멸망"이었지요.

 

"나는 예루살렘을 돌무더기로 만들어 여우의 소굴로 만들리라. 유다의 성읍들을 쑥밭으로 만들어 아무도 살지 못하게 하리라."

 

하느님께서 전하라고 하시는 말씀 한 마디 한 마디는 그야말로 쌍날칼 같은 말씀, 유다 백성들이 들으면 길길이 뛸 말씀들이었습니다.

 

언변도 부족하고 나이도 어렸던 예레미야였지만 하느님의 말씀에 순명합니다. 정말 괴로운 일이었지만 용기를 내어 유다 백성들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렇게 예언자로서의 길은 대체로 죽어도 가기 싫은 길, 지독한 두려움의 길, 철저한 고독의 길이었습니다.

 

큰마음을 먹고, 죽기살기를 각오하고 예레미야가 거리에서 외친 결과가 어떠했겠습니까? 예레미야가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반응은 심각했습니다.

 

"저 녀석, 저거 뭐야? 저 어린 녀석이 뭘 잘못 먹었나? 왜 저렇게 나대지? 뭐? 예루살렘이 망한다고? 지금 우리가 이렇게 태평성대를 구가하고 있는데...저거 미친놈 아냐?"

 

예견했던 반응이었지만 정작 당하고 나니 너무나 고통스러웠던 예레미야는 하느님께 이렇게 외칩니다.

 

"보십시오. 저 사람들은 귀를 틀어막고 들으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하루 온 종일 오직 조롱거리일 뿐입니다."

 

자신의 사명으로 인해 너무도 괴로웠던 예레미야는 마침내 자신을 낳은 어머니까지 원망합니다.

 

"아아, 어머니! 왜 나를 낳으셨습니까? 온 나라 사람이 다 나에게 시비를 걸고 싸움을 걸어옵니다. 나는 아무에게도 빚진 일이 없고 빚을 준 일도 없는데, 사람마다 이 몸을 저주합니다."

 

진정한 그리스도인, 진정 복음을 살려고 애쓰는 사람의 길은 예레미야의 길처럼 가시밭길입니다. 진리를 따라 살고 정직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는 박해도 많고 오해도 많습니다.

 

죽음과도 같은 소외감과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좌절감 속에서도 예레미야가 하느님께 드렸던 기도는 오늘 우리를 많이 부끄럽게 만듭니다.

 

"야훼여, 주께서는 저를 아시지 않습니까?

저를 잊지 마시고 도와주십시오.

제가 주님 때문에 수모를 받고 있는 줄을 알아주십시오.

말씀 내리시는 대로 저는 받아 삼켰습니다.

이 몸을 주님의 것이라 불러주셨기에

주님의 말씀이 그렇게도 기쁘고 마음에 흐뭇하기만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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