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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의 향기 (사순5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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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04-06 조회수1,405 추천수4 반대(0) 신고

[오늘의 복음]  요한 12,20-33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복음의 향기]

공관복음이 평범한 나자렛 예수로부터 메시아 그리스도에 이르는 신앙을 목적으로 하는 "상향(上向) 그리스도론"을 전개하고 있는 반면, 요한복음은 그와는 역 방향인 "하향(下向) 그리스도론"을 전개하고 있다. 이는 요한복음이 이해하기에 그만큼 어렵다는 이유이기도 하다. 요한 복음 전체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제1부는 예수님의 공생활을 기록한 부분으로서 머리말에 해당하는 프롤로그(1,1-18), 세례자 요한의 증언활동(1,19-34), 제자소명사화(1,35-51), 그리고 세상을 상대로 펼치는 예수님의 자기 계시적 활동과 가르침(2,1-12,36)을 담고 있으며, 공생활 전체의 간단한 요약(12,37-50)으로 마감된다. 제2부는 제자들과 함께 하는 예수님의 마지막 행적(최후만찬)과 고별 가르침(13장-17장), 수난과 죽음과 부활사건(18장-20,29)을 보도하고 있으며, 복음저술의 목적과 부록(20,30-21장)으로 마감된다. 오늘 복음은 요한복음의 제1부 마지막 부분에 해당한다. 이는 세상을 향한 예수님의 자기 계시적 활동이 그 마지막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부분이며, 목전에 놓여있는 자신의 죽음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사순 제5주일이다. 이제 때가 왔다. 지금껏 그분은 아직 때가 오지 않았다고 하셨다.(요한 2,4; 7,8; 7,30; 8,20 참조) 그러나 오늘은 바로 그 때가 왔다고 말씀하신다. "사람의 아들이 큰 영광을 받을 때가 왔다."(2,23) 요한복음은 명절(해방절)을 지내러 예루살렘에 올라온 몇 명의 그리스 사람들이 필립보에게 가서 "예수를 뵙게 하여 주십시오"(12-21)라는 부탁을 예수님의 "때가 왔음"을 알리는 도입으로 채택하였다. 예수님의 12제자 중 필립보와 안드레아가 그리스식 이름이라는 사실이 우연이 아닌 것 같다. 그리스 사람들의 등장은 예수의 죽음이 가져 올 보편적인 구원을 암시한다. 이제 세상을 향한 예수님 자신의 계시적 활동과 가르침은 끝났다. 즉 유다인들을 향한 예수님의 자기 해명과 변호가 끝났다는 말이다. 이제 세상(유다인들과 이방인들)은 더 이상 귀로써 들을 것은 없고, "오직 눈으로 볼 것만" 남아 있다는 말이다.

세상은 예수를 통하여 과연 무엇을 보게 될 것인가? 그것은 율법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닌 사랑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이는 무조건 주거나 무조건 받는 세상이 아니라 줌과 받음이 서로 봉사하고, 선물하면 선물 받는 세상이다. 누구든지 제 것을 아끼면 오히려 잃게되고, 남을 위해 베풀면 실제로 얻게 되는 세상이다. 예수님을 따라 먼저 섬기는 사람이 높임을 받는 세상이다. 바로 "밀 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2,24)는 지극히 자명한 법칙이 통용되는 그런 세상이다. 이 법칙이 지극히 자명하다고 해서 지키기에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 예수께서도 이 법칙을 세우고 몸소 세상에 이를 보여주어야 함에 있어서 자신의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산란하다고 하셨다. 그것은 먼저 자신의 것을 내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이 생명을 얻도록 먼저 자신의 생명을 죽음에 내어놓아야 하는 것이다. 이제 예수님은 죽음을 생명으로 바꾸어 주실 하느님께 "큰소리와 눈물로 기도하고 간구하면서"(히브 5,7/제2독서)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실 것이다.◆

[밀 알이 먼저 썩어야 열매를 맺습니다. 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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