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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새사제의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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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3-04-10 조회수2,316 추천수38 반대(0) 신고

4월 10일 사순 제5주간 목요일-요한 8장 51-59절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내 말을 잘 지키는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새사제의 열정>

 

제가 새사제 때의 일입니다. 사목적 열정 빼면 시체였던 시절이었습니다. 돌아보니 오바를 해도 너무 많은 오바를 했던 것 같아 부끄러움이 앞서기도 합니다만 한편으로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아이들의 모자라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숱하게도 감사 편지를 썼습니다. 새벽까지 말입니다. 사목과 관련된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았습니다. 오라는 데는 어디든지 갔었지요.

 

고백성사를 보러 수도원을 찾아오시는 신자들을 위해서는 작은 상본들을 미리 준비했습니다. 상본 뒤에는 적당한 성서말씀을 일일이 제 손으로 적었습니다. 고백이 끝나면 훈화 말씀을 드린 다음 그 상본을 건네면서 보속으로 말씀을 간직하고 묵상하라고 했지요.

 

너무 피곤한 일이어서 얼마 가지는 못했지만 다시 한번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그때 당시 제가 상본 뒤에 주로 적었던 성서 말씀들은 제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사도 바오로의 말씀들이었지요. 예를 들면.

 

"우리는 고통을 당하면서도 기뻐합니다. 고통은 인내를 낳고 인내는 시련을 이기는 끈기를 낳고 그러한 끈기는 희망을 낳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 희망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습니다"(로마 5장 3-5절).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에 비추어보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로마 8장 18절).

 

"누가 감히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떼어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혹 위험이나 칼입니까?"(로마 8장 35-36절).

 

"우리는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분의 도움으로 이 모든 시련을 이겨내고도 남습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생명도 천사들도 권세의 천신들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능력의 천신들도 높음도 깊음도 그 밖의 어떤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를 통하여 나타날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로마 8장 37-39절).

 

그런데 최근에 한 자매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요지는 8년 전 제가 자매님에게 당시 드렸던 상본 말씀에 대한 감사의 인사였습니다.

 

당시 제가 준비한 사도 바오로의 말씀을 받는 순간 자매님은 너무도 깜짝 놀라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답니다. 그 말씀은 당시 자신에게 너무도 필요한 말씀이었고, 용기와 격려를 주는 말씀이었답니다.

 

그 상본에 적혀있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접하는 순간, "이 말씀은 바로 하느님께서 지금 이 순간 나에게 하시는 말씀이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두렵기까지 했다는 것입니다.

 

그 후로 자매님에게 그 간결하고 짧은 사도 바오로의 말씀은 좌우명처럼 소중한 말씀이 되었고, 고통의 터널을 지날 때마다 그 한 말씀이 너무도 큰 힘이 되었다는 요지의 말씀을 제게 해주셨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이렇듯 힘과 생명력이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이렇게 우리가 전혀 상상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역동적인 에너지를 발휘합니다.

 

때로 우리가 무심결에 적어 이웃에게 건넨 한마디 성서 말씀이 이웃에게 생명과 구원을 줄 수 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조금만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접하고자 노력할 때 하느님의 말씀 한 말씀 한 말씀은 그야말로 살이 되고 피가 된다는 진리를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조금만 더 하느님 말씀을 진지하게 경청한다면 그 말씀은 꿀보다 더 단 말씀, 순금보다 더 소중한 말씀이 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인 성서가 소중한 이유는 시대가 변하고 세월이 흘러도 영원히 마르지 않는 깊은 우물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퍼내어도 차고 신선한 샘물이 샘솟는 보고가 말씀의 창고, 성서입니다.

 

주님의 자녀로서 주님의 말씀을 읽지 않는다면, 주님의 말씀을 듣지 않는다면, 주님의 말씀을 살지 않는다면 참으로 부끄러운 자녀가 될 것입니다.

 

말씀으로 힘을 얻고, 말씀의 힘으로 세상을 이기고, 말씀의 향기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그런 우리의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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