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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간은 이렇게 한 순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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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3-04-11 조회수2,622 추천수32 반대(0) 신고

4월 11일 사순 제5주간 금요일-예레미야 20장 10-13절

 

"사람들이 모여서 수군거립니다. <저자야말로 사면초가다. 고발하자, 고발하자.>"

 

 

<인간은 이렇게 한 순간이구나>

 

한번은 건널목 앞에서 신호대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제 바로 앞차가 타이탄 트럭이었는데, 그 트럭 짐칸에는 도살장으로 끌려가고 있는 듯한 짐승 두 마리가 힘겨운 표정으로 서있었습니다. 두 녀석은 갖은 발버둥을 다 쳐보았지만 더 이상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게된 표정이었습니다.

 

두 녀석이 처한 상황은 말 그대로 사면초가의 절망적인 상황이었습니다.

 

오늘 제 1독서에서 예레미야는 자신이 처한 절박한 상황을 "사면초가"란 말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면초가(四面楚歌)란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상태, 빗발치는 비난 속에 외톨이가 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사방 100미터나 되는 절벽으로 완전히 가로막혀있는 바닥 한가운데 홀로 내동댕이쳐진 상태, 탈출을 시도할 계단도, 로프도, 신호할 도구도, 아무것도 없이 홀로 남게 된 상황이겠습니다.

 

우리도 가끔씩 사면초가의 상태를 체험하곤 하지요. 삶 안에서 우리가 겪게 되는 불상사나 병고로 인해, 아니면 오해나 실수로 인해 우리도 가끔씩 사면초가 상태에 빠지게 되는 데, 그 순간에 우리는 하느님마저도 우리를 저버린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저도 언젠가 한번 사면초가의 상태에 놓인 적이 있었지요. 응급실로 실려간 저는 한 순간에 마치 시체처럼 되고 말았습니다. 양팔에는 링거주사가 저를 성가시게 하고 있었습니다. 상체에는 심장 상태를 체크하기 위한 심장박동계측기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습니다. 코에서부터 시작한 고무 호스는 식도를 통해 위까지 연결되어 있어서 끔찍하게도 갑갑했습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괴로우니까 꼼짝없이 침대 위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지요. 참으로 한심했습니다. 그러면서 "야, 인간은 이렇게 한순간이구나. 한 순간에 이렇게 비참해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면초가 상태가 어떤 것인지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사면초가의 상태에 도달하게 되면 보통 우리에게는 이런 감정들이 자리잡게 됩니다. 분노, 화, 원망, 좌절, 오기, 복수심, 포기 등등.

 

그러나 에레미야는 사면초가 상태에서도 자신에게 다가온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을 즉시 긍정화시킵니다. 결국 주님 안에서 문제의 해결을 시도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나를 버려도 주님께서 계시기에 두렵지 않습니다. 막다른 곳에 설 때면 오직 하느님의 이름만을 부릅니다."

 

결국 사면초가 상황에서 예레미야의 해결책은 간절한 외침이었습니다. 간곡한 절규였습니다. 되풀이해서 하느님의 이름만을 외치는 일이었습니다.

 

오늘 하루 우리의 삶이 고통스럽고 답답할수록 더욱 간절히 주님만을 찾고, 주님만을 생각하고, 주님의 이름만을 열심히 외치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절망상태, 사면초가상태에서 벗어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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