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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의 향기 (부활축제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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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04-23 조회수1,568 추천수7 반대(0) 신고

◎ 2003년 4월 23일 (수) - 부활팔일축제내 수요일

 

[오늘의 복음]  루가 24,13-35

<빵을 떼어 주실 때에야 그 두 제자는 그분이 예수님이시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복음의 향기]

루가는 복음의 마지막 부분인 24장에서 예수부활과 승천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24장은 총 네 단락으로 편집되어 있다. 첫 단락은 안식일 다음 날 새벽에 벌어진 여인들의 빈 무덤 확인과 천사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1-12절) 둘째 단락은 같은 날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일어난 두 제자의 부활체험담과 예루살렘 귀경 후 11제자들 앞에서 행한 체험보고(報告)를 기록하고 있으며, 오늘 복음에 해당된다.(12-35절) 셋째 단락은 두 제자가 체험담을 보고하는 중에 벌어진 예수님의 발현사건과 마지막 당부말씀을 전하고 있다.(36-49) 마지막 단락은 예수님의 승천을 보도하고 있다.(50-53) 이렇게 루가복음사가는 예수님의 부활사건을 단 하루에 일어난 일로 다루고 있으며, 예수님의 승천 또한 같은 날에 일어난 일로 기록하고 있다.(1단락: 새벽, 2단락: 낮-저녁, 3단락: 저녁, 4단락: 늦은 저녁)

오늘 복음은 루가 24장의 두 번째에 속하는 단락으로서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들이 체험한 부활사화를 담고 있다. 이는 4복음서가 들려주는 부활사화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로 전해지고 있다. 이야기는 상당히 짜임새가 있는 도입->전개->결론의 구성으로 편집되었다. 그 과정을 하나씩 짚어보자.

[도입] 13-14절

오늘의 주인공인 두 제자는 예수님의 12제자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넓은 의미의 제자단에 속한 것은 분명하다.(루가 10,1.17/일흔 두 제자의 파견)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으로 인해 모든 희망을 버린 채 좌절과 실의에 빠진 두 사람은 고향인 엠마오로 돌아간다. 두 사람은 믿었던 예수님의 죽음과 그간 제자로서 따라 다니며 허비한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 등을 내용으로 말을 주고받으며 가고 있었을 것이다. 이는 우리가 어제 복음에서 본 막달라 마리아의 모습과 비슷하다. 예수님의 시체가 사라진 빈 무덤에 시선을 고착하고 울기만 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모습 말이다. 그들은 예수에 관한 모든 추억을 뒤로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생업에 종사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전개] 15-27절

부활하신 예수께서 그들에게 다가선다. 그들이 예수님을 알아볼 리 없으므로 그들에게 예수님은 그저 낯선 사람에 불과하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말을 건네신다. 예수께서는 이미 사건의 전모(全貌)를 알고 계시지만, 제자들의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서 꼬리에 꼬리를 문 대화를 가꾸어 나가신다. 예수님의 예감은 들어맞았다. 예수님은 그들에게서 희망(구원자)과 실망(죽은지 사흘이 지나버림)을 동시에 발견하신다. 제자들이 가지고 있는 십자가 사건에 대한 지식은 대단히 단편적이었다. 그들이 여인들(24,10: 막달라 마리아, 요안나,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로부터 깜짝 놀랄 일을 듣기는 했으나, 그것은 결국 빈 무덤에 대한 확인에 불과한 것이었다. 결국 예수께서는 율법서와 예언서를 비롯한 성서의 기록들을 인용하여 사건 전모의 연관성을 설명하신다. 그들이 비록 나중에 "뜨거운 감동을 느꼈다"(32절)고는 하나 깨달은 바는 없었다.

[결론] 28-35절

일행은 목적지에 다다랐다. 예수님은 의도적으로 더 멀리 가시려고 하시자 제자들이 붙잡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두 제자의 태도는 침통한 표정(17절)에서 낯선 사람(예수)에게 "함께 묵어가시라"(29절)는 호의를 베풀 만큼 부드러워졌다. 대화와 성서말씀이 "뜨거운 감동으로" 한 몫을 한 것이다. 이야기의 절정이자 핵심은 마지막 부분인 저녁식사에 있다. "예수께서 함께 식탁에 앉아 빵을 들어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나누어 주셨다."(30절) 그제야 그들은 눈이 열려 예수를 알아본다. 결국 제자들은 성찬례(최후의 만찬)를 상징하는 "감사의 기도를 드린 후 빵을 떼어 줌"을 통하여 부활하신 예수를 알아보게 되었다는 말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이 저녁식사(빵을 나눔)가 즉시 예수님 최후의 만찬(성체성사 제정)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이 두 제자는 12제자에 속하지 않았기에 최후의 만찬 석상에 부재(不在)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예수께서 언젠가 5000명을 배불리 먹이신 기적을 행하실 때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감사의 기도를 드리시던 장면(루가 9,16)을 떠 올렸을 가능성은 있다. 아무튼 그들이 예수님을 알아 본 순간, 그분의 모습은 이미 사라져버렸다. 두 제자는 그 길로 예수부활의 증인이자 선포자가 되어 예루살렘의 제자들을 찾아가 보고서를 제출한다.

[종합]

엠마오 부활사화는 실의에 빠져 예수에 관한 단편적인 기억을 깡그리 지우려했던 제자 둘을 부활의 증인이 되게 한 사건이다. 이는 실망과 절망의 제자를 희망과 확신의 제자로 세운 과정을 들려주는 아름다운 사건이다. 필자는 그 과정에서 중요한 매개체적 개념 셋을 언급하고 싶다. 제자들이 부활체험에 이르도록 도와준 매개체는 바로 예수님과의 대화, 성서말씀 그리고 빵을 나눈 것이다. 이 셋은 기도(祈禱), 성서(聖書), 성찬례(聖餐禮)로 종합된다. 이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빵을 나누는 성찬례이다. 그러나 성찬례는 기도와 성서의 두 기둥 위에 서 있다. 우리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체험하는 방법도 이 셋을 피해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이 셋을 통하여 우리가 예수님과의 만남의 지평을 여는 것이 아니라, 예수께서 이를 통하여 우리를 만남의 지평에로 초대하시는 것이다.◆

[예수께서 엠마오의 제자들에게 베푸신 빵 나눔은 예수님의 "첫미사"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 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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