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복음의 향기 (부활6주간 월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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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상대 | 작성일2003-05-26 | 조회수1,397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 2003년 5월 26일 (월) - 부활 제6주간 월요일 성 필립보 네리(1515-1595) 사제 기념일
[오늘의 복음] 요한 15,26-16,4a <진리의 성령이 나를 증언할 것이다.>
그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6) "내가 아버지께 청하여 너희에게 보낼 협조자 곧 아버지께로부터 나오시는 진리의 성령이 오시면 그분이 나를 증언할 것이다. 27) 그리고 너희도 처음부터 나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 16,1)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것은 너희의 믿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2) 사람들은 너희를 회당에서 쫓아 낼 것이다. 그리고 너희를 죽이는 사람들이 그런 짓을 하고도 그것이 오히려 하느님을 섬기는 일이라고 생각할 때가 올 것이다. 3) 그들은 아버지도 나도 모르기 때문에 그런 짓들을 하게 되는 것이다. 4) 그러한 때가 오면 내가 한 말을 기억하라고 너희에게 이렇게 미리 말해 두는 것이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의 향기]
우리는 지나간 주간 평일복음의 전반적인 핵심이 <포도나무와 가지>의 비유말씀에 있음을 알았다. 그러나 비유(比喩)는 어디까지나 비유로 머문다고 했다. 그것은 비유(比喩)가 논리적 귀결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즉, 예수께서는 당신과 제자들 간에 원하시는 관계를 포도나무와 가지에 비유하여 이론적으로 설명하셨다. 가지가 나무에 붙어 있으면 열매를 맺는 것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문제는 이론(理論)이 아니라 실제(實際)요 현실(現實)이다. <포도나무와 가지>의 비유는 아주 출중한 이론을 제시한다.
그러나 예수께서 아버지의 계명을 지킴으로써 아버지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것과 같이 제자들이 예수님의 계명을 지켜 현실적으로 스승의 사랑 안에 머무를 수 있는 가능성은 이론처럼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실제는 이론에 바탕을 둔다. 그렇지만 실제에는 항상 변수(變數)가 있기 마련이다. 제자들이 우선은 서로 간의 사랑을 통하여 스승의 사랑 안에 머무를 수 있다. 그러나 제자들이 세상에 나가 열매를 맺음으로써 예수님의 사랑 안에 머무름을 방해하는 변수는 바로 세상 그 자체이다. 세상은 불신(不信)과 구원의 갈망을 함께 가진 양면성의 변수이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당신을 믿고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닥쳐올 변수(變數), 즉 세상의 미움과 박해를 예고하는 한편(15,18-25), 변수의 요소들을 극복할 수 있는 방책을 마련해 주신다. 그 방책은 바로 아버지와 아들로부터 발(發)하시는 성령이시다.(26절) 성령께서는 제자들이 맞이할 고난(苦難)의 시간들에 함께 해 주실 것이다. 성령께서는 제자들이 당하게 될 물리적이고 정신적인 고통을 극복하도록 도와주실 "협조자"이시며, 예수님에 관하여 세상에 무엇을 증언하여야 할지를 알려주실 "진리의 성령"이시다.
성령께서는 곧 제자들의 믿음(신앙)을 굳건하게 해 주실 분이다. 여기서 "믿음"(fides)이란 그 "내용"(fides quae; contents)과 그 "행위"(fides qua; act)를 함께 뜻한다. 예수님께 대한 진정한 믿음이란 "무엇을 믿는가" 하는 내용(內容)뿐만 아니라, "어떻게 믿는가" 하는 행위(行爲)도 동시에 포함하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이 모든 것을 다 알아듣지 못하고 있으며, 어려움이 들이닥칠 때 한없이 약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신다. 예를 들면, 최후의 만찬석상에서 있었던 베드로의 장담(요한 13,36-38)과 실제로 스승을 거듭 배반하는 베드로의 모습(요한 18,15-18.25-27)을 보라. 또 베드로의 예수께 대한 메시아고백이 메시아의 수난을 거부하는 장면(마태 16,13-23)을 보라. 제자들이 처음부터 예수님과 함께 있었다고는 하나(27절) 세상을 향해 "무엇을" 증언(證言)해야 할지를, 지금까지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를 "진리의 성령"께서 일러주실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제자들이 예수님 때문에 회당에서 쫓겨나고 급기야 죽임을 당하는 일을 겪어야 할 때(2절) "협조자"인 성령께서 그들을 도와 끝까지 함께 해 주실 것이다.◆
[성령강림대축일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슬기, 통달, 의견, 굳셈, 지식, 효경, 두려움, 이 일곱 가지를 성령칠은(聖靈七恩)이라고 합니다. 이 중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하거나 모자람이 있다면 아들을 통하여 아버지께 청하도록 합시다. 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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