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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떠남의 향기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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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3-05-26 조회수2,540 추천수29 반대(0) 신고

5월 27일 부활 제6주간 화요일-요한 16장 5-11절

 

"내가 떠나가는 것이 너희에게는 더 유익하다. 내가 떠나가지 않으면 그 협조자가 너희에게 오시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가면 그분을 보내겠다."

 

 

<떠남의 향기로움>

 

사목지를 바꾸실 때마다 후임으로 오시는 분의 편의를 위해 모든 것을 그대로 두고 떠나시는 사목자 한 분을 알고 있습니다. 물론 후임으로 오시는 분에게 별로 도움이 안 되는 물건들도 있겠지만 후임자가 또 다시 목돈을 들이지 않도록 하겠다는 세심한 배려리라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뒤에 오시는 분에게 털끝만큼의 누도 끼치기 않기 위한 그분의 모습은 "칼" 그 자체입니다. 떠나온 임지의 신자들이나 후원자들, 열성팬들이 그리도 집요하게 "딱 얼굴 한번만 보자"고 애원해도 후임자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 아래 완강히 거절하십니다.

 

같이 지낼 때는 전혀 그렇지 않으셨는데...떠나고 나면 그야말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냉혈한이 되고 맙니다.

 

신부님의 그런 차가운 모습, 그 이면에는 다른 꿍꿍이가 있어서가 아니라 오직 후임자에 대한 배려, 신자들에 대한 크고 극진한 사랑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들었던 사람들과의 이별 앞에 서운하지 않은 사람, 마음 한 구석이 텅 빈 것 같은 허전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분의 지론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사목자는 교회의 주인의 아니라 나그네라는 것. 교회의 주인은 신자들이라는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서, 그 사목자는 칼같이 자른다는 것입니다. 최대한 빨리 후임자가 새로운 분위기에 잘 적응하도록 발걸음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 칼 같은 사목자의 모습에서 관계에 연연해하지 않으시고 관계에 집착하지 않으시고 훌훌 떠나시는 예수님의 자취를 볼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내가 떠나가는 것이 너희에게는 유익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떠나실 순간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이나 백성들이 처한 상황은 "별로"였습니다. 예수님 역시 좀 더 이 사람들 가운데 머물면서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가르침도 주고 싶으셨겠지요. 그간 아웅다웅 지내면서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는데...아쉬움이 많으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지체 없이 털고 일어나십니다. 떠날 순간이 다가왔음을 느끼자 일각의 망설임도 없이 모든 것 훌훌 털고 떠나십니다.

 

인간들이 부담스러워서가 아니라 우리 신앙의 성장을 위해서 떠나신 것입니다. 언제까지나 당신 제자들을 유치원생 취급하지 않기 위해서, 자발성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협조자 성령을 보내기 위해서 떠나가십니다.

 

신앙의 쇄신과 성장을 위해 가장 좋은 길은 떠나야 할 순간이 오면 예수님처럼 지체 없이 길을 떠나는 일입니다.

 

떠난다는 것은 아쉽기 그지없는 일, 서글픈 일이지만 결국 떠남으로 인해 삶은 더욱 소중해집니다. 떠남으로 인해 사랑이 깊어갑니다. 떠남으로 인해 다시금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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